<열린마당>e마켓, 끊임없이 변신하라

서플러스글로벌 김정웅 사장

올초 미국의 저명한 컨설팅 회사와 투자은행 분석가들은 올하반기가 되면 각 산업별로 B2B e마켓플레이스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많은 B2B 기업들은 이러한 낙관적 예측을 바탕으로 창업됐으나 몇개월 지나지 않은 현재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시장분석가들은 독립적 B2B e마켓플레이스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각 업종별로 전세계에 1∼3개 마켓플레이스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2003년까지는 숙청기로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측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전세계 마켓플레이스들은 한정된 자금과 인적자원, 지식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추진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에 더욱 부합되는 형태로 변신시키려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 B2B 마켓플레이스는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

첫째로 고객들이 현실적으로 원하는 서비스와 정보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각 산업별로 고객의 요구는 다양하고 예측하기 힘들며, 그러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회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제공 가능한 정보와 서비스 중 고객의 요구가 가장 많고 투자가 크지 않은 부분부터 점차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아직까지 마켓플레이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품정보,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준 등에서 머물고 있다. 물류, 결제, 가치평가, 자금 등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시도되고 있지만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value position)는 거래기회의 확대, 시장동향 및 분석정보, 상품정보, 투명성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제공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회사의 역량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각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심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오프라인 활동의 강화가 필요하다.

B2B는 거래단위가 크기 때문에 거래성사까지 상당량의 정보가 교환돼야 하며 높은 수준의 상호신뢰가 병행돼야 한다. B2B 거래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아직까지 온라인에서 소화하기는 힘들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도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고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신뢰도 역시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지원이 필수다.

내부 마케팅 조직으로 고객들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직접 거래참여를 통한 수익창출을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오프라인의 주요 시장참여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외부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세번째로 신규 수익모델 개발과 체질강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최근 미국 B2B업계에서는 「현금이 최고다」(cash is king)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분위기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냉각돼 당분간 현금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때문에 기존의 비용 중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절감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해야 한다.

벤트로(Ventro), 사이퀘스트(SciQuest), 페이퍼익스체인지(PaperExchange) 등 세계적 마켓플레이스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스템 구축사업 등 외부프로젝트 참가나 ASP사업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B2B의 미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B2C에서 몇만원짜리 상품을 쉽게 구매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B2B에서 몇천만원짜리, 몇억원짜리 상품을 덜컹 구매하지는 않는다.

e마켓플레이스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고난의 시절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는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