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계약 발표를 두고 모토로라로부터 상당한 강도의 불평이 있었습니다. 계약 내용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전해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팬택)
『계약 내용에 대한 비공개 원칙이 깨져 노키아로부터 항의가 있었습니다.』(텔슨전자)
텔슨전자와 노키아, 팬택과 모토로라가 「엇박자 이중주」를 들려주고 있어 이채롭다. 불협화음이 있지만 계약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팬택과 텔슨은 지난 11월 초 각각 6억, 4억달러 상당의 이동전화 단말기 공급계약을 모토로라·노키아와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가 컸고, 제품 공급 기간도 1년여로 짧아 관련업계에 화제가 됐다.
특히 두 회사는 기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개발과 디자인부터 책임지는 자체개발주문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 방식으로 계약, 자사의 이동전화 단말기 기술을 뽐냈다. 그것도 세계 1, 3위 이동통신장비 생산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텔슨과 팬택이 「계약 내용 비공개 원칙」을 깬 것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다. 자사의 영업 비밀이 노출돼 마케팅 및 판매전략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텔슨과 팬택은 해외 유명 통신장비업체와의 제휴관계를 널리 알리려는 공격적인 자세인 반면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방어적인 것이다.
사실 팬택과 텔슨은 주식회사로서 호재로 연결될 성과(수출계약)를 묻혀두기 어렵다. 팬택이 「모토로라에 6억달러 수출」을 발표하자 곧바로 텔슨이 「노키아에 4억달러 수출」을 시장에 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단말기 제조기술은 수준급이지만 입이 가벼운 파트너」를 상대하는 방법을 찾게 됐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