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닷컴>하-닷컴 경기 침체의 파장 확산

【본사 특약 = iBiztoday.com】 닷컴 경기 침체의 파장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컨설팅 업체들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홍보업계까지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에 많이 있는 홍보회사들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전례없는 수요로 구름 위를 떠다녔으나 지금은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다.

주요 고객들이 차례로 쓰러진 뒤에야 다급해진 일부 PR 및 마케팅 회사들은 돈을 되찾기 위해 법정 소송에 뛰어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PR회사 캐리온커뮤니케이션스는 지난 10월 말썽 많은 온라인 미디어 교환사이트인 스카우어가

수수료를 체불한 채 흔들거리자 법원에 제소했다.

또 다른 PR사인 팻메이어어소시에이츠는 28만달러의 수수료를 떼였다며 전자서명 제작사 슈퍼시그를 제소했다. 그런가하면 온라인 자동차판매사인 그린라이트닷컴(Greenlight.com)은 170만달러의 컨설팅 수수료를 내지 못해 지난 4일 퍼시픽마케팅에 의해 법정으로 끌려갔다.

그밖에 다른 PR사들도 고객들이 무너지거나 지출을 줄이는 바람에 수입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최근 수개월 사이에 12곳의 고객사들 가운데 3개사를 잃어버린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파인맨어소시에이츠퍼블릭릴레이션스의 마이클 파인맨 사장은 『돈줄이 아예 막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닷컴이 누리는 풍요의 가시적 지표였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식어가고 있다. 회사 문을 닫고 직원들을 해고한 닷컴회사들이 사무실 공간 전부나 일부를 포기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갑작스레 전대(sublease: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는 것)가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올들어 전대된 다운타운 바깥쪽의 사무실 공간은 약 160만제곱피트에 달한다. 1월까지만해도 부동산 시장에서 전대된 사무실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곳 실리콘밸리는 차분하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소란스럽지는 않다. 많은 기업들과 상인들이 인터넷 분야에 대한 자신들의 의존성을 재검토하고 있으나 관계를 끊어버리는 이들은 거의 없다.

베이 지역의 기존 분위기인 건강한 낙관주의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산업을 일구어낸 기업정신도 결국 이런 분위기의 소산이었다.

조나리서치의 잭 스탭 분석가는 『인터넷 업계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극단적인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다』며 『만약 벤처캐피털이 인터넷 사업에 자금을 대지 않는다 해도 또 다른 사업분야에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산업이 이대로 죽는다 해도 반드시 대체산업이 일어난다는 믿음이다.

팰러앨토 미래연구소의 폴 사포 국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성장과 하락의 주기는 대수로울게 못 된다』며 『불과 몇년 전에도 PC와 반도체 산업이 슬럼프에 빠졌고, 양방향TV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지만 이 분야의 숙련공들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영역이었던 인터넷 시장으로 옮겨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번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이 사무실 공간과 능력 있는 직원들을 넘겨받아 새로운 붐을 조성했으며 실리콘밸리는 더욱 다양한 사업공간으로 변모해 왔다』고 회상했다.

산불이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인터넷업계의 구조조정도 궁극적으로는 실리콘밸리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