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스 김형순 사장은 올해 코스닥시장의 폭락으로 6031억5000만원의 주식평가손실을 봤다. 김 사장이 35.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로커스의 주가가 지난해 말 19만9000원(액면 500원)에서 올해 말에는 1만50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1년만에 벌어진 이러한 벤처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의 주식평가손은 김 사장 외에도 수두룩하다.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디지털 CEO인 김 사장의 경우는 올초까지만해도 증시의 평가가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로커스를 매수추천하는가 하면 국내 컴퓨터통신통합(CTI)업계의 대부로 김 사장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로커스가 1·4분기를 적자로 마감하자 김 사장과 로커스에 대한 증시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돌변했다. 국내 대표 벤처주자가 증시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부터 김 사장의 시련은 시작됐다. 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높아졌고 결국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때마침 겉으로는 정보기술(IT)업체임을 내세우고 뒤로는 머니게임에 열중한다는 비난이 일부 벤처지주회사들에 쏟아지면서 사업상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타법인출자를 계획했던 김 사장은 차질을 빚게 됐다. 김 사장은 사재를 털어 지난 8월 코아텍을 인수하고 펀딩업무를 전담하는 로커스홀딩스를 설립한 후 로커스는 순수 기술회사로만 키우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락하는 주가를 돌려세우기에는 버거웠다.
김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선 로커스의 비전에 대해 자세히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과연 벤처업계와 로커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증시전문가가 몇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방문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로커스의 사업계획과 비전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굴뚝업체를 평가하는 잣대로만 로커스를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부 막가파식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로커스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면서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주식을 매입했다가 되파는 것을 일삼는 투자자들에게 과연 주주의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식을 투기가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풍토가 조성돼야만 벤처기업이 건전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2000년 증시를 마감하면서 벤처기업 CEO들은 주가방어라는 특명의 과제를 안게 됐다. 자의든 타의든 CEO로서 주가하락으로 무너진 기업위상을 되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짐은 천근만근처럼 보인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재의 증시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디지털경제부·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