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체들, 전자파 소송으로 된서리 맞을까

미국의 한 법률사무소가 휴대폰 전자파와 관련해 이동통신업체들을 상대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률사무소가 미국의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42억달러의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어 향후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영국의 「더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사무소는 휴대폰에서 발산되는 전자파로 뇌종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을 대신해 미 최대 이동통신사업체인 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 이 회사의 협력사인 영국의 보다폰을 상대로 모두 10건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원고측 변호인단의 존 피카 변호사는 『통신업체들이 사전에 전자파의 유해성을 인지했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에 대해 보다폰의 대변인 마이클 칼드웰은 『휴대폰과 담배는 결코 같지 않으며 유해성이 입증됐다면 사전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전자파와 뇌종양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통신업체를 상대로 한 전자파 소송은 지난 8월 미 메릴랜드주의 한 뇌암환자가 버라이존과 모토로라를 상대로 8억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올들어 두번째다. 현재 이 소송은 볼티모어 연방법원에 계류중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자파 소송에 대해 아직 전자파와 각종 질환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승소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5년 전자파 소송이 제기됐을 때 플로리다법원은 전자파가 원고의 암을 유발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통신업체들이 느긋하게 이같은 소송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 미국의 담배회사들이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이 입증되면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소송에 시달린 나머지 파산 위기에 몰렸던 것처럼 통신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 각국에서 민간단체 위주의 연구에서 벗어나 정부 차원의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통해 유해성을 입증하는 공식 발표가 나올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