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72) 벤처기업

政經癒着<8>

『월급쟁이며 소시민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터놓고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국장님을 도울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할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였다.

『최 사장이 나를 도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내 직책이 결백하게 살아야 하는 직책인 만큼 날 도울 생각은 마십시오. 오히려 내가 최 사장을 돕지요.』

『그래주신다면 고맙습니다.』

『나는 직책상 최 사장의 주식도 못 삽니다. 그냥 줘도 못 가집니다. 이 직책이라는 것이 사람 아주 꽁꽁 묶고 있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거래하는 거야 누가 알겠습니까.』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가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나의 친인척조차 주식 거래에 대해 보고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러니 친인척 이름으로 뭘 하지도 못해요.』

『무슨 말씀인지요?』

『나도 사실 최 사장 주식을 좀 사고 싶지만 그걸 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난 아무것도 못하지요. 다만 최 사장을 돕지요.』

『절 돕는 일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습니까?』

『먼저 그 투서를 무시하고 조사를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일이지. 조사를 하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잘못하면 매스컴에 나갈 수도 있고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지요. 무엇보다 유부녀와 불륜 관계를 맺고 투자를 해줘 손해를 입었다든지 하는 것은….』

그는 실제 모든 것을 조사한 후였다. 그가 나를 은근히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나는 그가 나를 불러낸 이유를 알았다. 그는 나와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분이 매우 나빠졌다.

『그 투서 내용대로 우리 회사를 조사하십시오. 나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최 사장이 문제가 될 일을 했다는 뜻이 아니오.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투서는 가까운 자 가운데 누군가하고 관계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오. 모두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일이오. 신분을 밝히지 않은 투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으니 안심하시오.』

『조사하는 것이 안심이 됩니다.』

그는 나를 쳐다봤다. 그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으로 봐 기분이 나빠진 듯했다. 기분이 잡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