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통신 체질개선해야

올해 정보통신 분야는 기대가 큰 만큼 할일도 많은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통신 욕구에 대응해 그 기반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속하게 늘어 1700만명을 넘어섰고, 이로 인한 초고속망 포설도 급증해 가입자가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업계는 인수 및 합병을 잇따라 단행했으며 한해 내내 IMT2000 사업자 선정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이 갖는 비중이나 파급효과로 볼 때 사업자 선정에 그만큼 무게가 실리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며 그에 따라 우리는 1년 동안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에만 정성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IMT2000 비동기 사업자 2개를 선정하고 나머지 하나의 동기 사업자는 새해 초에 선정하는 일정을 남겨두는 등 사업자 선정작업이 거의 일단락됐다.

그러나 우리가 IMT2000사업권 선정에 온 신경을 쏟는 사이 전세계 통신사업자는 미디어 및 콘텐츠 사업자와 이합집산을 벌이면서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정보통신업계는 지난해 IMT2000 사업자 선정 때문에 뒷전으로 미루어두었던 일이나 공백을 보강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새해의 시급한 과제다.

그 가운데서도 우선 우리는 지난해 IMT2000사업권 획득을 위해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실시한 기업인수 및 합병이 경쟁력을 갖추는 효율적인 구조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이나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한통엠닷컴) 합병이 만에 하나라도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세를 불리고 경쟁자를 줄이기 위한 수단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동통신 사업자가 난립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그것은 국가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수 및 합병은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구조를 조정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거듭 정리돼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멀지않아 민영화할 한국통신의 조기 경쟁력 확보다. 국내의 대표적인 통신사업자로서 한국통신은 민영화에 앞서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와 겨룰 만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관료주의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조직에 남아 있다면 하루빨리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지적돼온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중복투자 문제도 새해에는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한국통신 등 공기업이 지니고 있는 망을 다른 초고속망 사업자에게도 개방하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중복해 망을 포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법을 조속히 국회에 통과시키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것이 초고속망의 중복투자에 따른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이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