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년을 맞아 장비업계가 수출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접속 장비·컴퓨터통신통합(CTI)·음성데이터통합(VoIP)업계는 최근 들어 해외 서비스사업자가 실시하는 대규모 장비 입찰에 참여하는 등 외화 획득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인터넷 장비업체들은 최소 4,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만 2년 만에 조기구축한 저력을 기반으로 세계화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사실상 이동통신 단말기 외에는 이렇다 할 수출 품목을 갖지 못했던 국내 통신기업들은 올해를 실질적인 인터넷 통신 장비의 수출 원년으로 간주하고 있다.
올해 수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장비는 국내 장비업체들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 분야다. 이미 현대전자·삼성전자가 대만의 중화텔레콤에서 실시한 ADSL 장비 입찰에 참여해 낭보를 기다리고 있으며, LG전자·현대전자 등은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또 이들 3사는 잠재력에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다국적기업에 맞서 발빠른 영업을 전개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아니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춘 광가입자망장비(FLC)·비동기전송모드(ATM) 교환기도 수출 기대주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신기술 원조국인 미국 시장에서 평가를 받겠다는 정공법을 선택, 주목된다. 이미 미국의 후발 통신사업자(C-LEC)인 텔리전트에 ATM 교환기인 「스타레이서」를 수출한 삼성전자는 미국 내 몇 개 통신사업자와 공급협상을 진행, 올해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통신환경을 수용할 수 있는 FLC는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전담팀을 구성, 사전작업을 진행해온 LG전자는 올해 미국에서만 1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LG전자가 미국 수출 전략품목으로 설정한 품목은 가격은 30% 낮추면서도 성능은 향상시킨 차세대 FLC, ADSL 사업자 장비인 DSLAM, 가입자단 ATM 교환기 등이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수출 드라이브 전략은 내수시장이 올해를 정점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는 인식에 기초, 어느 해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CTI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해외시장 공략작업을 올해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CTI에 인터넷 기능을 통합한 우리나라 인터넷통신통합(ITI) 솔루션 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데다 지난해 처녀수출로 자신감을 얻은 CTI업체들이 불황 타개의 방법으로 해외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어 수출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엔써커뮤니티는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ITI 솔루션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 연말부터 추진해온 대만 수출건도 이르면 이달 중에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소텍e서비스에 ITI 솔루션을 수출한 로커스도 1·4분기 중 태국 지사를 통해 ITI 솔루션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며 하반기 중에는 수출 대상국을 아시아권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로뎀테크가 프랑스의 채널선에, 시스윌이 일본 NEC에 CTI 솔루션 및 대화형 음성응답 솔루션을 수출한 후 기타 아시아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상반기 중에 태국·싱가포르·대만 등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VoIP업계에서는 코스모브리지·블루버드소프트·인츠·웹콜월드·폴리픽스·트랜스넷 등이 지난해 싱가포르·홍콩·스페인·일본 등에 각각 1억∼5억원 가량의 인터넷전화 솔루션을 수출한 것을 바탕으로 수출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지난해 처녀수출한 인터넷전화 솔루션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최소한 지난해 수출금액의 5∼8배 이상을 추가로 수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