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쌍용정보통신의 지분 해외매각은 자금난 해소와 구조조정의 단초를 찾지못해 쩔절맸던 정보기술(IT)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청신호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분명 눈여겨 볼만하다.
우선 쌍용 내부적으로도 이번 쌍용정보통신 매각으로 지난해 잇따른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어려운 국면에서는 빠져나와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평가다. 부채에 허덕이는 쌍용양회가 그룹사중 우량업체인 쌍용정보통신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함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개선시켰으며 쌍용정보통신은 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음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정부도 이날 쌍용양회의 쌍용정보통신 지분 해외매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매각 의미=쌍용정보통신의 해외지분 매각은 올해 첫번째 이뤄진 초대형 인수합병(M&A)라는 점에서 IT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쌍용정보통신의 해외 매각은 우선 해외업체를 대상으로 주당 높은 가격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냈다.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쌍용정보통신의 현재 가격은 6만300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주당 매각가격인 10만1510원은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가격이다.
쌍용양회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이 계획대로 쌍용양회의 쌍용정보통신 지분을 매각할 경우 4400억원 웃도는 해외자금을 국내에 유입시키게 된다.
단순한 경제적인 효과이외도 국내 IT업체의 해외 매각 및 M&A에서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피인수업체는 열악한 경영환경과 매각 시간에 ●기며 헐값에 회사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쌍용정보통신의 이번 해외매각은 파트너와 협상에서 유리한 가격을 이끌어내는 스터디케이스를 제공한 셈이다.
◇파급 효과=지난해 국내 산업을 이끌면서도 거품론 논쟁에 휘말리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게 된 IT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업계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만약 1·4분기에 업체간 합종연횡과 차별화가 지지부진할 경우 2·4분기 IT업계가 자칫 위기로 내몰릴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터져나온 쌍용정보통신의 지분 매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진단하며 이에따라 IT업계의 초대형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향후 M&A 및 구조조정 추진을 계획중인 IT업체들이 보다 안정적인 토양에서 사업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쌍용정보통신의 해외 지분 매각은 현재 추진중인 옥션의 이베이 지분 매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옥션은 현재 이베이와 최종 실사를 끝내고 가격 책정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쌍용정보통신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시장가격의 70%를 이끌어냄으로써 이베이가 옥션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이같은 영향은 또 현대전자가 추진중인 온통신과 현대정보기술의 보유지분의 해외 매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전망=이번 쌍용정보통신 해외 지분 매각으로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는 인터넷업체 및 IT업체의 합종연횡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증시를 통해 자본조달이 용이한 코스닥등록 대형 IT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M&A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쌍용정보통신은 이번 매각에서 경영지표상의 안정성이외도 코스닥등록업체라는 프리미엄을 톡톡히 챙겼다. 코스닥시장 등록으로 신규사업 및 경영에 필요한 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매리트가 부각된 것이다. 이는 코스닥시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수익모델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코스닥등록 대형 인터넷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업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소위 코스닥시장 인터넷 3인방이 급락한 주가를 끌어올리고 사업상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관련 업체들의 M&A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시장지배력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외 관련 업체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정보통신 해외 지분매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몇가지 과제를 남겨뒀다. 일단국내외 IT업체가 아닌 회사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미국의 캐피탈업체로 지분이 넘어감에 따라 시너지효과는 다소 떨어졌다. 과연 이같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주당 20만원까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쌍용정보통신이 해외 매각을 통해 세계적인 IT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경영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업체로 거듭나야하는 과제를 남겨뒀다.<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