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불확실한 경기를 헤쳐나가는 법

◆윤원창 부국장대우 경제과학부장

2001년은 사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해다. 하지만 우리는 1년 전 「새 천년의 시작」을 미리 빌려 써 버렸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새 밀레니엄」 타령을 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지난해 이맘때는 뉴밀레니엄이라며 온 세상이 마치 신천지로 변한 것처럼 축제 분위기 일색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IMF체제에 있었음에도 모두가 기대에 들뜬 분위기로 새해를 맞이했다. 한 해 정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미래를 훔쳐다 썼다.

그래서인지 정작 새로운 세기를 맞는 전자·정보통신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다. 뭔가 잘될 것 같은 기대, 어떻게든 잘해 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맞는 순간이건만 2001년 벽두는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으로 시작하고 있다. 경제가 온통 불확실하고 불안한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통신업계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은 시무식에서 하나같이 『올해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제2의 위기를 거론할 만큼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부도 위기는 요행히 모면했지만 언제 또 벼랑 끝으로 내몰릴지 모른다고 극단적인 전망까지 하는 CEO들도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현재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인 오프라인·제조업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해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제조업체들이 최근 중국·대만을 비롯, 동남아국가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시장마저 잠식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에다 e비즈니스 열풍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표류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기대와 희망을 걸어 볼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모두들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또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하면 이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화두일 정도다.

꼭 10년 전인 지난 91년 초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당시 모두들 「벼랑에 선 한국 경제」를 심각하게 걱정했다. 그때 나온 해법은 국내 각 경제 주체들의 「구조조정」과 「수출」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경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위기 탈출의 해법도 그때와 똑같다. 새로운 것이라고는 e비즈니스시대를 반영하듯 「닷컴과 굴뚝기업의 융합화(click and mortar)」다.

지금과 같이 경기가 급격히 추락하고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된 위기 국면을 반전시키고 경제 활로를 열 해법은 수출뿐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가 지난해 마무리했어야 할 구조조정을 미적미적한 데서 온 결과라는 지적이 팽배한 것을 보면 구조조정도 해법으로 맞다. 특히 구조조정은 당연한 경제 행위며 그것도 상황에 맞게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의를 단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국제 반도체 가격의 오르내림에 온 나라가 일희일비하는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닷컴과 굴뚝의 융합화도 맞다.

그렇다면 왜 위기 때마다 똑같은 해법이 제시될까. 결론은 해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각 기업들이 추진한 구조조정을 보면 과거 관습은 그대로 둔 채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형태로 이뤄졌다. 정부에 의해 타율적으로 추진된 구조조정도 빚을 탕감하는 형태여서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자생력을 갖지 못해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분명한 것은 위기 탈출 해법들이 하나같이 경영에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의 근본 목적이 경쟁력 제고에 있고 수출도 경쟁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굴뚝과 닷컴의 융합화도 새로운 경쟁환경에서 이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우자는 데 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경영은 「살아남기」식의 소극적 경영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의 공격적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이런 일들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변화 주체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불확실한 전망에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하기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뀔 수 있는 가변적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불확실한 것을 하나씩 제거해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새 세기의 첫해인 만큼 그것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