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79) 벤처기업

정경유착<15>

그는 나를 쳐다보면서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다만, 재수없이 들켜서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창투사를 일으키는 데 공헌을 했다. 증권사 대리로 있는 것을 불러 이사라는 간부 자리를 주고 모든 것을 맡겼다. 너무 빠른 출세가 그에게 더욱 과욕을 부르는 동기를 만들어 주었는지 모른다.

『당신을 고발해서 쇠고랑을 채울 것이오.』

나는 화를 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실제 그럴 생각은 없었다. 다만 홧김에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내가 그를 고발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그 동안의 공을 생각한 것이고, 다른 한편 이 일이 공개되면 매스컴에 오를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나까지 신용이 실추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고발하겠다는 나의 말을 듣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마치 그렇게는 못할 것이라는 비웃음으로 보였다.

『나를 고발한다고요?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나도 사장님을 잡고 물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뭐가 어째?』

『못 알아듣습니까? 사장님에게는 비리가 없습니까?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지요.』

『이 사람, 이제 아주 나를 물어뜯는구만? 내 비리를 공개한다고?』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1천원 짜리 주식을 주당 50만원대 넘게 황제주로 만든 내력을 알고 있지요. 중국의 만토집단 류성화 총재, 러시아의 마피아 아완 알렉세이비치, 중화토지개발의 유림 회장 등이 합세하여 작전 세력을 만든 덕분이 아닙니까?』

『그들이 우리 주식을 계속 사기는 했지만 그것이 작전 세력이라는 근거는 없어. 그리고 또 뭐야?』

나는 그제야 투서를 한 자가 그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화를 참으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캔디 오와 동침을 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장님의 명예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것입니다.』

『나쁜 자식, 이젠 물어뜯는구나, 네 놈이 금감원에 투서를 보냈지. 왜 보냈지? 무슨 이유로 그랬지?』

『나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내가 보낼 이유가 없잖아요. 어쨌든, 나는 사표를 쓰겠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으니까. 그러나 만약 당신이 나를 고발하면 나도 어느 정도 당신에게 타격 줄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도 고발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