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서비스 시기 연기론이 새해 들어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IMT2000 서비스 시기는 2002년 6월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일부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국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일이 필요하다며 IMT2000 서비스 연기론을 펴왔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와 일부 연구소가 서비스 시기를 2003년 6월이나 10월로 1년 이상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IMT2000사업에서 서비스 시기는 사업권자 선정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다. 지난 연말 비동기 사업권을 획득한 서비스사업자들이 서비스 시기를 현실적으로 검토하면서 연기론이 불거져 나온 것 같다. 이는 어찌 보면 「현실」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이 펴는 연기론의 근거로 들고 있는 「국내 여건의 미성숙」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장비의 국산화가 덜 이뤄졌다는 게 그 골자고 자칫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동기식이라 할 수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단말기를 생산하거나 수출하는 데는 앞섰지만 비동기식 분야는 늦었다. 따라서 IMT2000에서는 비동기식도 표준으로 채택했으니 이 방식의 장비와 단말기를 개발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 장비가 개발되면 서비스업체들은 국산을 채택함으로써 수입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또 장비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는 타당한 것이다.
서비스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시기를 연기하면 현재 투자돼 있는 2세대나 2.5세대 휴대폰사업을 영위함으로써 어느 정도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상당한 자금이 투자되는 IMT2000 설비에 따른 자금압박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수긍이 가는 일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서비스 연기는 대국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 정책적인 일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연기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비스 시기를 1년 이상 연기할 경우 IMT2000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는 것은 명백하다. 비동기식을 채택하고 있는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도 2002년에 IMT2000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며 특히 일본은 내년부터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가 유럽의 여러 나라보다 1년 이상, 특히 일본보다 2년 가량이 늦은 2003년으로 서비스 시기를 연기한다는 것은 우리의 서비스 기술이나 마케팅 능력이 그만큼 뒤질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서비스 시기에 맞춰 국산 장비를 개발중인 일부 장비업체의 반발도 충분히 감안해야 할 일이다. 서비스 시기를 연기하면 장비산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규모가 큰 IMT2000 서비스 사업이나 콘텐츠 등 관련산업의 손실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오는 3월 중순 동기식사업자 선정을 남겨놓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동기식사업자 선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한편 그동안 우리의 관련산업 기술수준 및 장비 국산화 가능성, 외국의 수준 등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비스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동기식사업자도 결정되지 않은 지금 잘못하면 정부가 또다른 특혜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