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기본법의 정책방향

◆서정욱 과기부장관(juseo@most.go.kr)

우리 과학기술계의 염원이던 과학기술기본법이 지난해 12월 15일 국회를 통과하여 금년 1월중 공포됨으로써 한국의 과학기술이 21세기 초반에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져 놓았다.

이 법 제정을 계기로 우리의 과학기술은 새롭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국부창출의 원동력으로서 과학기술이 새로운 꿈과 희망에 도전해야 하며, 침체된 국민경제를 진작시키는 데도 선도적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난 90년대 미국이 사상 최장기의 호황을 누리며 신경제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나 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한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탄한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일찍부터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예측하고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지식기반화와 정보화를 다른 나라보다 앞서 추진한 결과라고 본다. 지금부터 우리나라도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비하여 과학기술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지식기반경제에 맞는 과학기술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인 것이다.

올해 연구개발예산이 총예산의 4.4%(4조1032억원)를 넘어섰으나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에 비해 성과가 없다고 조급해 하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걸고 정보통신·생명공학·나노기술 등 21세기 유망 핵심기술을 개발, 확보하고 과학기술 이용문화를 창달해 간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기본법은 21세기 과학기술의 방향과 철학을 새로이 정립하고 과학기술 발전의 초석을 공고히하는 노력의 산물로, 과학기술 선진화를 위한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반시책 추진의 근거를 담고 있다. 또한 기존 산업사회의 과학기술법령체계를 지식기반사회 법령체계로 대폭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통일 이후까지를 염두에 둔 「과학기술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법 제정의 의의와 정책방향을 몇가지 되새겨 보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지식의 창출·활용주체인 기업·대학·연구소간 연계체제가 강화되는 등 효율적인 국가과학기술 혁신시스템이 구축되어 연구개발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대학을 창의적 지식창출의 기지로 만들고, 민간의 기술혁신 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과학기술의 종묘(種苗) 역할을 강화하게 된다.

둘째, 「국민의 정부」에서 구축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체제가 공고화되어 종합조정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평가업무가 국과위의 사무로 편입되어 사전조정업무와 연계할 수 있어 연구개발투자의 전략성이 강화된다. 그리고 국과위의 민간위원수가 확대되어 민간의 정책참여가 활성화된다.

셋째, 과학기술발전에 관한 향후 5년간의 범정부적 마스터플랜으로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수립됨으로써 「2025 장기비전」을 차질없이 실행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동 기본계획은 국가차원의 과학기술발전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관련부처의 참여하에 수립된다.

넷째, 과학기술자가 존경받고 우대받는 사회적 환경과 연구분위기가 조성되어 국내외 젊고 창의적인 두뇌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21세기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여성과학기술 인력자원의 양성과 과학영재의 발굴·육성시책이 강화되고 통일에 대비한 남북간 과학기술교류협력사업도 본격 추진되게 된다.

여섯째,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의 개발과 그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이 인간존엄, 자연환경, 사회윤리적 가치와 조화되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과학기술인의 사회에 대한 책임과 윤리의식이 강조될 것이다.

앞으로 과학기술기본법이 소기의 제정목적을 달성하려면 우리 과학기술의 공과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 오늘의 한국경제가 있기까지는 그동안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이 컸다. 지난 30년간 과학기술인들은 연구의 사회경제적 가치창출보다는 기반조성이나 교육 및 자기훈련에 주력했다. 과학기술정책도 지금까지의 「조림(造林)」정책보다는 「육림(育林)」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30년간 과학기술자들이 양적으로 많이 배출되었지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인재가 없었다. 이제는 모든 나무를 키우는 것보다는 재목만을 골라 키우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큰 틀에서 과학기술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연구도 경쟁을 해야 한다. 연구개발활동에 치열한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이 작용할 때 연구개발의 성과가 제고되고 연구원이 정예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기본법에 담겨있는 철학과 정책방향을 하나하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