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개를 들어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최근의 벤처위기론과 무관한 것 같다.

매출액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350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이 지난 1년새 500여개로 늘었고 이 가운데 80% 이상이 100% 이상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100억원대의 매출액을 낸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대덕밸리의 이러한 성장세는 그동안 쌓아 온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들이 양산된 데 따른 결과다.

대덕밸리의 성장에는 대덕밸리만의 특수한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출연연-대학-벤처가 상호 유기적인 연결구조를 가지면서 원활한 기술이전과 경영지원 등에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시너지효과가 컸다.

또 대덕밸리라는 커뮤니티가 아직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벤처들의 집합체인 「21세기 벤처패밀리」와 「대덕넷」이라는 네트워크 전문벤처의 정보제공과 벤처업체간 연결작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덕밸리 일부에서는 국내 벤처시장을 꽁꽁 얼린 정현준이나 진승현 게이트에 버금가는 금융사고가 적어도 6∼7개는 더 터질 것이라는 나쁜 소문이 돌고 있다.

따라서 대덕밸리라고 별 수 있겠느냐는 폄하성 발언과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일부이긴 해도 대덕밸리 벤처기업들 역시 지난해 10월경부터 자금난을 겪는 과정에서 직원 월급을 체불하고 창업보육센터의 임대료마저 수개월씩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수입이 줄어들자 가정을 가진 남성직원들은 밤에 택시운전 등 부업거리를 찾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이긴 해도 미혼 여성의 경우 술집 접대부로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또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지만 벤처 창업을 했던 연구원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연구소로 회귀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대덕밸리의 세계적이고 유망한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가진 대덕밸리의 대표주자는 아니다. 500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그런 곳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벤처 업계 일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불신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고 모든 업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마치 전체가 문제있는 양 백안시하는 눈길은 곤란하다.

일부 업체의 악소문 때문에 대덕밸리 전체가 위축돼 고개를 숙이고 몸을 사릴 필요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벤처기업들은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세계시장으로 뛰쳐 나가야 한다.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절대다수는 여전히 대덕밸리의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