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의 고속성장이 끝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세계 각국의 휴대폰 보급률이 50%를 상회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한차례 침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노키아가 예상에 못미치는 판매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2위 업체인 모토로라도 부진한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시장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현재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는 시장포화다. 이미 주요 휴대폰 시장 중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의 휴대폰 보급률이 50%를 넘었다.
즉 팔 수 있는 곳에는 이미 다 팔았기 때문에 더 이상 시장을 늘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퀘스트는 지난해 5월 2000년 휴대폰 판매량이 4억5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에는 4억1870만대로 하향조정했으며 이마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없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휴대폰은 PC와 달리 교체기간이 9개월(일본)에서 1.5년(유럽)으로 짧기 때문에 시장포화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하고 향상된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계속 나오면서 교체수요 또한 꾸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노키아의 경우는 이미 교체수요가 전체 매출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지난해에나 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바로 새해 벽두부터 나타나고 있는 경기둔화 조짐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둔화가 일반인의 소비활동 위축을 가져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 단말기를 구입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우려도 시장의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아직 전자파의 뇌질환 유발을 입증하는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연관성이 입증될 경우 휴대폰 수요는 급속히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와 투자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이달말 발표될 예정인 노키아의 4·4분기 실적이다. 비록 노키아의 연간 판매량은 좋지 않았지만 지난해 여름 3·4분기 실적악화를 경고하고도 실제로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발표해 시장의 상승을 이끌어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토로라의 경우는 휴대폰 시장침체보다는 노키아에 시장에서 밀린 것이 부진의 큰 원인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2·4분기 27.5%였던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이 3분기에는 모토로라(13.3%)와 3위 업체인 에릭슨(9.7%)을 합친 것보다 많은 30.6%로 늘어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업체들의 부진은 노키아의 상대적인 선전의 영향이 적지 않다.
따라서 휴대폰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이달말 노키아의 실적발표까지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