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심없는 개혁의지

음악저작권협회를 둘러싸고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이번에는 사용자측인 노래반주기업체들과의 분쟁이다. 그러나 이번 분쟁은 예전보다는 좀더 심각하다. 양측의 대립으로 노래방 신곡 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얼마전 협회의 요직을 맡고 있는 간부와 일부 직원들이 저작권료 횡령 혐의로 대거 구속된 일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협회측이 개혁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노래반주기업체들과의 분쟁과정에서 보여준 협회의 모습은 당초 개혁의지를 무색케 할 만큼 실망스럽다.

10여년간 파트너십(?)을 이뤄온 노래반주기업체들과의 관계를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겠다며 정액제 징수방식을 인세제로 바꾸고 그동안의 침해 사례를 근거로 1000억원이 넘는 저작권료 청구소송을 내는 등 강경태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노래반주기업체들에 대해 신곡 승인을 중단하자 노래반주기업체는 물론 노래방업자, 소비자 그리고 저작권협회 회원들까지 들고 일어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혁도 좋지만 결국 사용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어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일련의 과정에서 협회가 정도를 걷고 있지 않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저작권법상 신탁관리된 곡들에 대해 개인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내세운 이들이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것이나 사용자들과 사전협의 없이 징수방식을 전격적으로 바꾼 것 등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전·현 집행부간의 세력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다보니 과대포장된 행동들이 나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5월 김영광 회장은 사심없는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징수·분배 규정을 투명하게 바꿔 작가들의 창작의지를 높이고 저작물의 원활한 사용을 도모해 선진문화 창달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회원들과 사용자를 배려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단체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당초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시급히 내려야 할 때다.

<문화산업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