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력 통신장비업체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 연구원으로 활동해온 F씨. 요즘 그가 고민에 빠졌다. 해외 유명 통신장비업체로 옮겨간 옛 상사로부터 러브콜이 온 탓이다.
그는 『해외 업체가 제시한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지만 본사 기술연수와 같은 연구원의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 조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에게 연구인력 유출단속 비상이 걸렸다. 노키아·노텔네트웍스·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해외 업체들이 한국의 CDMA 이동통신 시장을 겨냥해 현지 연구조직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 특히 노키아·노텔네트웍스와 같이 당장 2세대 CDMA 이동통신 개발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들의 현지인력 스카웃전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노텔네트웍스 무선(IMT2000)사업부의 윤용진 이사는 『노텔의 기본적인 시장 진출 방침은 현지화』라며 『내부적으로 한국 연구개발(R&D)센터 설립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텔네트웍스는 소비자용 이동통신 솔루션을 보유하지 않은 업체여서 자사의 시스템과 한국 업체의 단말기 제조 능력을 연계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시스템 연구조직을 구성한 후 직접 진출하거나 국내 업체와 제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노키아도 지난 99년 말에 한국에 설립한 「노키아R&D」의 인력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노키아는 노키아R&D를 미국 샌디에이고 제품개발센터와 연계, 다양한 CDMA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노키아는 현재 90여명인 노키아R&D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오는 2월 벨 랩 한국지사를 개설한다. 이 회사는 현재 50여명의 현지 연구인력을 확보했으며, 연내 1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한국의 R&D 인력을 활용해 이동통신기술 현지화 및 광통신 기반기술 연구과제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미 350여명의 현지 연구조직을 구성한 모토로라코리아 테크놀로지센터도 조직통합 및 수시채용을 통해 연구개발 능력을 배양하는 데 분주하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최근 디자인·소프트웨어·스마트카드 솔루션 등으로 나뉘어 있던 이동전화 단말기 관련 연구조직을 통합하고 전세계를 겨냥한 CDMA 연구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따라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핵심 인력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년에 20∼30개의 이동전화 단말기 모델을 운용하고, 1개 모델당 최소 20명(평균 30명)의 연구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LG전자의 경우 관련 연구인력이 400여명』이라며 해외 통신장비업체들의 인력 빼가기 조짐을 걱정했다. 그는 또 『그나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력유출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연구인력들은 언제든지 좋은 조건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슨전자 전략기획실의 오병구 상무는 『연구개발인력들의 성과에 대해 특별보상제도를 운영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중견 단말업체들에게도 연구인력 껴안기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