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칩생산업체인 AMD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UMC가 2001년에 상반된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칩생산업체 AMD가 올해 설비투자 금액을 지난해보다 25% 늘린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UMC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설비투자를 감축한다고 최근 밝혔다. 두 회사가 이처럼 상반된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PC시장에 대한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MD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급속한 경기침체 우려감에 따라 PC 수요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세계 PC시장은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해 유럽시장의 견조한 성장을 발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 설비투자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01년 설비투자에 전년 대비 25% 증액한 약 1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세계 파운드리 2위 업체인 UMC는 올 세계 PC시장이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결국 업체들의 수주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무리한 설비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 회사는 당초 예정했던 올 설비투자액 28억달러를 20억달러로 축소키로 결정했다.
AMD의 증액된 설비투자는 칩과 플래시메모리 등 주력 제품의 증산체제를 위해 쓰여진다. 우선 칩을 양산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공장의 생산량을 8인치 웨이퍼로 환산했을 때 현재의 주 2500장에서 올해 말까지는 5000장으로 2배 늘린다. 이 회사는 또 선폭 0.13㎛의 최첨단 미세가공기술을 이용한 양산체제를 올 10∼12월에 도입, 칩 생산수를 늘리고 제조원가를 대폭 절감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계획은 당초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1년 앞당겨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제리 샌더스 회장은 『올해 세계 PC시장은 전년 대비 15∼16%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량생산을 통해 인텔 등 타 업체와의 경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UMC는 지난해 4·4분기 이후 「PC 재고조정」 등의 영향으로 수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월 대비 5.4% 감소한 102억대만달러(1대만달러=약 31원)에 그쳤고 이 같은 기조는 올 전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의 장숭덕 CEO는 『지난해 수립한 설비투자계획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직경 200㎜ 웨이퍼 대응 라인의 증강계획도 연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주 수요처인 PC시장에 대한 전망이 AMD와 UMC처럼 업체마다 엇갈리고 있어 올해 설비투자도 확대와 축소 등 양극화 현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