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20>
그래서 증권회사도 만들어서 금융 산업에 뛰어드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사주인 최 사장의 자본 증식은 수천억원이 됩니다. 그런데 일개 샐러리맨인 나는 월급을 탈 뿐이고 보너스라고 해야 하찮습니다. 그래서 가끔 생기는 떡고물을 좀 먹었습니다. 투자한 거래처의 주식을 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오륙십억원이 되었습니다.
회사 간부의 위치를 이용해서 그리고 그 비밀을 이용해서 주식을 샀다는 사실이 떳떳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최 사장이 벌었던 것에 비한다면 하찮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최 사장은 나를 협잡꾼으로 몰아 파면시켰습니다. 그는 필요할 때 나를 이용하다가 무엇이 좀 못마땅하면 내치는 잔혹한 인간입니다.
형수님의 남편이라는 사람은 상당히 도덕군자인 척하지만, 그 역시 여자를 탐하는 한 사내에 불과합니다. 그는 러시아에 갔을 때는 그곳 백러시아 여자와 동침을 하기도 하고 중국에 갔을 때는 동양미를 한껏 드러내는 한족 여자와 사귀었으며 서울에서는 창업 투자를 원하는 기업체 여 사장과 동침을 하였습니다. 유부녀와도 놀아나는 것입니다. 그는 외부로 알려지기는 상당히 도덕적이고 기업 윤리가 철저한 것으로 소문나 있지만, 내면으로 파고들면 얼마나 가증스런 위선에 가득차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으로 형수님과 최 사장간에 사이가 나쁘다는 것을 압니다. 최 사장은 언젠가 형수님을 버릴지 모르니 조심하십시오.
최 사장은 한때 형수님을 버리고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다음 미국으로 이민을 갈 생각도 한 일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편지를 읽은 다음 나는 화가 치밀어 견디기 힘들었다. 일종의 보복으로 보였다. 아내는 편지를 읽고 있는 나의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편지를 모두 읽고 나자 물었다.
『왜 이런 편지가 나한테까지 날아와예?』
『파면시켰더니 모함하는 거야.』
『떡고물 먹었느니 횡령을 했다느니 하는 것은 관심이 없어예. 그런데 외국 출장을 가서 러시아 미녀, 한족 미녀와 놀아났다는 것은 무슨 이야긴가예? 더구나 투자회사 사장인 유부녀와 동침을 했다는 말은 또 뭔가예?』
『나를 모함하는 것이라니까. 그런 일은 없어.』
나는 완강한 어조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