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자리 맴도는 전자정부법

전자정부법의 법제화가 3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각기 다르게 제출한 전자정부법안이 국회 행자위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고 이어 국회에서 위원발의안으로 「전자정부의 구현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으나 이 두 법안 모두 현재 국회 행자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행자위에서는 통합법안 제출을 유도하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로 통합법안 마련은 현재로선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당초 정부와 국회는 지난 연말 제출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었으나 여야간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올초 열린 임시국회에서도 이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해 지난 98년 이후 3년간 계속 허송 세월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가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전자정부법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여야 대치국면에서는 법안통과가 언제쯤 가능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니, 난감한 일이다.

전자정부 구현은 디지털시대에 우리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서둘러야 할 국가적 핵심 과제다. 전자정부는 인터넷 기술을 국가행정에 접목시켜 국민들이 쉽게 공개된 행정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통해 각종 민원서비스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혁신시스템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임기중에 정보화 확산의 핵심인 전자정부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전자정부 구현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절실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획기적인 경영혁신이나 세계 일류의 지식경제강국 건설도 전자정부 구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올해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각종 정보화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8월부터 54개 중앙부처가 전자민원창구 개설과 종이없는 행정정착, 정보화 인프라 구축, 정보 공동 이용시스템 구축 등 7대 정보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자정부 구현의 노력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들 나라는 오는 2003년경이면 전자정부 수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반해 우리는 관련법안조차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이번 국회에서 통합법안 마련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전자정부법의 법제화가 불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정부안과 의원발의안이 계류중이어서 다른 법안제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그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또 정부 각 부처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사이버 공간에서 해당정책을 소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아직은 행정업무를 문서와 병행해 처리하고 있다. 특히 정부내 추진추계의 혼란과 재원확보 미흡, 전자서명법과 금융실명제법 등이 상충되는 등 정비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우선 정부와 국회는 전자정부법에 관한 통합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신속하게 통과시키고 이를 기준으로 관련 법규정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