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외교의 중심지 정보통신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교사절이 반드시 들르고 싶은 곳은 정보통신부.」

정보기술(IT)산업을 관장하는 정보통신부가 DJ정부 출범 후 외교의 중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한 외교사절은 물론이고 한국을 공식·비공식 방문하는 해외 정부 관계자·해외 통신사업자·해외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면 통상적으로 정보통신부를 방문한다.

올해 들어서만도 스웨덴 대사와 핀란드 대사가 정통부를 방문했고 안병엽 장관은 19일에도 브라질의 호나우도 과학기술부 장관을 접견한다.

지난해 중국 신식산업부 관계자와 베트남 및 몽고 정부 관계자는 안방 드나들듯 정통부를 방문했다.

지난달 말에는 세계적 IT기업인 인텔의 바레트 사장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맥닐리 회장, 캐나다 노텔사의 칼루치 이사회 의장이 정통부를 공식 방문했다. 또한 대통령 해외순방 성과의 중심점에는 항상 정통부를 핵으로 한 IT 외교가 놓여 있다.

해외 정부 관계자들의 비공식 방문은 부지기수. 이번주에는 싱가포르 통신개발청(IDA)의 국장급 관리 3명과 IT기업 대표 9명이 한국 전자상거래 활성화 방안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화기획실 실무자들과 실무 접촉을 가졌으며, 일본 우정성 관계자들의 정통부 방문도 예약돼 있다.

이들의 방문에 대해 정통부 국제협력관 관계자는 「문전성시」라는 표현을 빌리고 있다. 『공식적인 외교사절의 정통부 방문이 한 달에 3∼4건에 달하고 세계적 IT기업이나 국제 금융 관계자들까지 합치면 10여건에 달한다. 정통부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한국통신 등으로 발길을 돌린다.』 정통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다양하다.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IT산업 현황을 공부하기 위해서 면담을 주선하는 경우도 많고 일부 선진국 외교사절들은 자국의 이해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장관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e코리아의 구체적 현황 및 추진 계획」까지도 자문한다.

베트남·중국 등 개발도상국들과 일본 등 아시아 각 국 관계자들은 한국과의 IT 협력 및 전자상거래 협력을 논의한다. 세계적 IT기업이나 국제 금융 관계자들은 한국 벤처투자와 관련한 정부 정책을 자문한다.

정통부가 이처럼 해외 관계자들의 집중적인 방문을 받게 된 것은 국내 IT산업의 위상과 맞물려 있다.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성공, 세계 최대 가입자를 갖게 된 초고속인터넷망 및 이를 통한 인터넷 신산업 육성, 벤처기술의 천국 등은 선진국조차 부러움의 대상이다.

정통부 관계자들은 해외 관계자들의 정통부 방문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기 위한 후속작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통부는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위치한 제네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가 위치한 파리의 한국대표부에,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사관에 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보다 IT에서 뒤진 일본 우정성은 18개국에 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다.

지난해 초 정통부는 IT 외교 위상을 국가 이익과 연결짓기 위해 최소한 미국(실리콘밸리)·중국·일본 등에 주재관을 파견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부처간 힘의 논리에 밀려 완패했다.

「e코리아 건설」을 내부 잔치로만 끝내지 않고 세계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