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86) 벤처기업

<정경유착(政經癒着)> (22)

『미국에서 권영호라는 자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자네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인가?』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설마 처가 쪽에도 그런 편지를 보내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회사 간붑니다. 직책을 이용해서 거래처의 주식을 매입해 착복하고 비자금입니다만 공금을 횡령했습니다. 그래서 파면시켰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도망을 가서 괴편지를 보내고 그러나?』

『집사람에게도 그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러시아 여자, 중국 한족, 벤처기업 여사장과 불륜을 가졌다는 내용이 아닙니까?』

『그렇네. 사실인가?』

『아닙니다.』

『난 자넬 믿겠네. 파면을 당했으니 무엇이든지 물고 늘어지려고 모함할 것이 틀림없네. 조심해. 이런 편지를 다른 곳에도 보냈나?』

『아직 다른 곳에 보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처남과는 그 곳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곧 헤어졌다. 처남의 표정은 항상 굳어 있어 그의 표정을 보아 이 일을 사실로 믿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말처럼 모함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는 무슨 일이든 항상 조용하게 처리했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아마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모함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그것을 새삼스레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다른 곳에 보낸 것을 몰랐다. 그러나 권영호는 신문사에도 보냈고, 정보기관에도 보냈다. 신문사나 정보기관에서는 나에게 전화가 왔을 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묵살했다. 일부에서는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서 처벌하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일단 미국으로 달아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없어 고발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기자의 말처럼 일단 고발을 하면 그때는 기사로 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일의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당장 더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나는 미국에 가 있는 권영호의 거처를 찾으라고 했다. 미국에 갔을 때 그를 만나 보기 위해서였다. 만나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는 모르지만 계속 그런 일을 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를 파면한 것이 그렇게 억울했는가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거래처와 협잡을 해서 상당수의 증권 이익을 보았다. 그것을 고발하지 않은 것만도 고맙게 여겨야 할텐데, 실제는 파면당한 것을 상당히 억울해 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