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마켓 유재형 이사 jae_ryu@innomarket.com
지난해 11월 미국의 화학 전문 e마켓플레이스인 「켐덱스(Chemdex.com)」가 패쇄됐다. 켐덱스는 미국 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업계의 대표적 마켓플레이스로 작년 상반기까지도 필자가 수학한 컬럼비아 MBA 과정은 물론 대부분의 미 MBA 교과과정에서 B2B EC의 바이블로 여겨지곤 했다. 이같이 중립적 e마켓플레이스들이 문을 닫거나 오프라인업체 주도로 만들어진 ISM(Industry Sponsored Marketplace)에 의해 인수되는 상황이 미국은 물론 국내서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작년 초만 해도 나스닥·코스닥에서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던 B2B EC 관련주들은 지금까지 바닥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2B EC에 대한 장밋빛 예측·진단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이며 어떤 주장이 틀리다는 것인가.
필자는 확실치 않은 정보들을 모두 떨쳐 버리고 지금의 고민을 최대한 단순화하고자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몇 가지 원론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 속에서 B2B EC의 미래를 점쳐 보고자 한다.
(문1)B2B EC에 있어서 돈을 벌 수 있는 대상, 즉 고객은 누구인가. (답)기업이다. (문2)그렇다면 기업들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답)수익 극대화를 위해 거래처 분화가 지속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거래처(trading partner)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제 기업간 거래를 보면 「B2B EC(최종 구매자와 공급자간 거래)」로만 표현하기에는 훨씬 많은 관여자들이 그 거래 속에 존재한다. (문3)기업은 온라인 환경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또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제공해줬을 때 기업이 선뜻 돈을 주고 사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일까. (답)20%의 거래처로부터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20/80 법칙」에서도 보듯 기업들은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내기보다는 대부분의 거래를 발생시켜온 기존 거래처를 어떻게 네트워킹할 것인가, 그리고 지속적인 분화환경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4)거래 관여자들은 누구인가. 또 네트워킹은 누구와 이뤄져야 하는가. (답)개별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거래 과정상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물류·통관·신용평가·검사인증 등 이른바 「제3자 서비스군」이 거래 관여자들이다. 개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입장에서도 그들의 거래처는 존재한다. 제3자 서비스군은 물론 동종 수직산업 계열 내에 있는 타 마켓플레이스나 MRO와 같이 보완적인 타 산업 계열의 마켓플레이스들도 있다. 이들을 서로 연동(네트워킹)하는 것이 고객인 기업 또는 마켓플레이스들이 구매하기를 원하는, 즉 「돈이 되는」 영역이 된다. (문5)네트워킹에 있어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답)개방성·확장성·독립성이다. 거래처 분화에 따라 개방성과 확장성은 보장돼야 하며 각 해당 거래처의 독립성도 확보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새해 B2B EC업계의 화두는 개별 비즈니스 주체와 이를 둘러싼 거래처를 연동할 수 있는 「B2B 연동(Integration)」, 즉 「B2Bi」다.
우리는 지금까지 B2B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 관여자들과 그들이 거래에 있어 차지하는 역할을 쉽게 간과해왔다. 이제 우리는 최종 구매자와 판매자 양극단 사이에 텅 비어 있는 부분을 B2Bi로 연동해 알차게 메워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