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DSL시장 국내 업체 입성 실패, 가격 경쟁력 과제로

신사년 새해 낭보가 기대되던 국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업체들의 대만 입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총 120만 회선에 대해 두 달여 동안 입찰 절차를 밟아온 대만 중화텔레콤(CHT)은 최근 적격업체가 없다며 유찰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을 4개 지역으로 나눠 배분되는 이번 ADSL 입찰에는 알카텔·루슨트·노키아·노텔·ECI·시스코 등 다국적기업들과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현대전자가 참여했다.

노키아를 제외한 7개 업체는 1차 성능 테스트에 모두 통과했으나 망 이중화 지원 부분에서 성능이 미달돼 최종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그동안 중화텔레콤에 ADSL 장비를 공급해온 노키아는 성능 테스트에는 통과했으나 입찰 가격이 예가에 못미쳐 최종 탈락, 결국 입찰에 참가한 8개 업체가 모두 고배를 마셨다.

특히 노키아가 적어낸 최종 가격은 ADSL 집선장비와 모뎀을 포함한 포트당 단가가 국내에 형성된 장비가의 70% 정도인 210달러 수준이었으나 이마저 예가에 못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도 ADSL 장비 가격에 대한 급속한 단가인하 압력이 예상돼 국내 장비업체들이 ADSL 장비 수출 및 내수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제고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한편 재입찰 참여를 두고 국내 업체들은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화텔레콤이 2월 중으로 다시 입찰을 실시키로 했으나 예가가 더 낮아진 200달러대가 유력, 사실상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지 협력업체가 부담을 분담하지 않으면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재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심창섭 이사는 『대만 ADSL 입찰은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에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현재 부품가 인하 추세와 1년여에 달하는 공급기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분석돼 적극적으로 재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