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시회 질적 향상이 요체

◆한국전자산업진흥회 국제통상팀장 최영훈

그동안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정보통신 관련 전시회는 일본 전자전(JES:Japan Electronic Show)과 컴재팬(Com.Japan)으로 인식돼왔다. JES가 가전·산업전자·부품 전시 위주의 종합전자전 성격이라면 컴재팬은 정보통신제품 위주의 전시회였다.

그러나 지난해 양대 전시회가 통합돼 「CEATEC(Combined Exhibition of Advanced TEChnologies) 재팬」으로 바뀌면서 「이미지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제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이는 디지털혁명으로 불리는 산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정보기술(IT)과 전자·전기·정보통신 분야를 통합해 제조·부품업체와 바이어 및 일반 소비자간 접촉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전시회의 통합에 이어 전자 및 정보통신분야를 대표하는 50여년 역사의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와 일본전자공업진흥회(JEIDA)를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로 통합했다.

가까운 일본이 이처럼 국가·산업발전 차원의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의 전시산업 현실은 선진국에 비해 여러 면에서 열악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에는 순수한 산업전시회를 열 수 있는 국제수준의 전문 전시장이 없다. 독일의 세빗(Cebit), 미국의 컴덱스쇼가 세계적 정보통신전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제품전시를 고려한 시설공간과 편의성, 뛰어난 서비스, 잘 발달된 주변 인프라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여기서 잘 갖춰진 전시장·전시회란 고급스럽고 화려한 건물일 필요가 없으며 주최자, 관람객이 편리하고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으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제한돼 있고 2, 3개의 전시장에서 연간 100여개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전시일정 잡기도 힘들거니와 사용기간도 제한받는다. 게다가 우리 현실상 전시회 참가업체, 전시품목 조차도 매우 제한적이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IT관련 전시회만 해도 연간 6, 7개가 되는데 2, 3개 대기업이 고정적으로 참가하고 있고 짧은 간격의 전시회가 자주 열리다 보니 전시품목의 차별성도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서 올 들어 기계·정보통신분야에서 새로운 전시회가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없이 계획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는 유사 전시회의 개최가 중복돼 기존 전시회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전시회도 많다고 느끼는 업계의 여론에도 반하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전시회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국가적 명제다. 그러나 국제전시회는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음을 외국의 사례는 잘 말해준다.

방법은 있다. 국가 경영전략과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정부·업계·전시관 운영기관·전시주최자들이 참가하는 전시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 협의회 같은 협의체를 만들어 중지를 모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어려운 현실에서 업계에 부담을 주고 전시일정 변경에 따른 기존 전시질서의 혼선을 초래하는 신규 전시회의 개최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즉 양적 확대보다도 기존의 각종 전시회 중 규모·인지도·바이어수 등을 감안한 경쟁력 있는 전시회를 위주로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경우 전시관 운영기관이 자체 전시회를 너무 많이 주최하고 있는데 이는 전시산업의 미래를 위해 재고해볼 문제라고 본다. 외국처럼 전시장 운영기관은 자체 전시회보다는 전시장의 시설개선·주최자 및 일반 관람객에 대한 서비스 증대 등에 보다 역점을 두었으면 한다. 이같은 인프라의 획기적 개선과 질적 향상이 이뤄질 때 전시회는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