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28>
당사 고문실로 들어가자 다른 국회의원 두 명과 함께 홍석천 의원이 앉아 있었다. 홍 선배는 그곳에 있는 두 명의 의원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최영준 회장은 벤처기업을 일으켜 성공한 고향의 후배입니다. 우리 당을 위해 정치 자금도 많이 내놓았던 후원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후원자로 머물지 않고 직접 우리 당에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홍석천의 말을 듣자 두 명의 의원은 반기면서 손을 내밀었다.
『강호일이오. 만나서 반갑소.』
『난 송창묵이오. 최 회장 말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요. 성공을 한 기업인이라고 들었소. 입당을 축하하오.』
송 의원은 내가 이미 입당을 한 것같이 말했다. 소개하는 홍석천이 그런 투로 말했기 때문에 입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애써 부인하자니 홍석천의 입장도 있고 해서 나는 잠자코 있었다.
『십년 전만 하여도 최 회장은 중소기업의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신흥 재벌이 되었지요. 우리 고향에서는 제일 가는 재력가가 된 셈이지요.』
홍석천이 나를 계속 띄우고 있었다. 특히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무엇인가 계산이 있는 느낌을 주는 발언이었지만, 본래 홍석천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반감을 갖지는 않았다. 그렇게 과장된 몸짓을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치 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에게 생길 수 있는 하나의 타성일지도 모른다.
당 고문실에서 그들과 앉아 잡담을 하였다. 그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들 역시 젊었을 때는 기업체를 가지고 운영을 했기 때문인지 기업에 대해서 한동안 떠들었다. 그러다가 12시가 되자 홍석천이 일어났다.
『두 분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최 회장이 오늘 김성길 명예총재님을 뵙기로 해서요.』
홍석천이 두 의원에게 말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앉아 있는 두 의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다음에 또 봅시다.』 강호일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였다.
『잘 해봅시다.』
송창묵이 악수를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모두 육십이 넘은 중견 정치인들이었다. 나는 홍석천과 함께 밖으로 나가 바로 옆방에 있는 명예총재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