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업체의 외자유치 바람

국내 상당수 IT업체들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선진형 첨단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국내 IT업체들의 외자유치는 그간의 단순한 자금조달 방식이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및 우리보다 앞선 외국 기업의 첨단기술 도입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까지 많은 국내 업체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이로 인한 유동성 위기라는 급박한 상황에 몰리자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오직 자금조달만을 위해 외국자본 유치에 매달려 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 기업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거래 조건 등을 따져보고 외자를 유치하는 데 실패해 외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문제점을 낳았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의 주력 핵심사업이나 알짜 수익사업을 외국에 헐값으로 넘기는 일이 빈발해 국내 기업의 성장 기반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수차 받아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국내 IT업체들이 단순한 외자유치가 아닌 해외업체나 투자펀드의 지분참여를 통해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기술을 확보하고 나아가 해외시장 잔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이미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1건에 불과하던 외자유치 관련공시가 지난 1월에만 4건에 달했다니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외자유치에 성공한 이들 기업 외에도 상당수 IT업체들이 유동성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국 기업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 중이어서 외자유치 업체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국내 IT업체들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지난해 증시침체와 경제여건 악화로 증자 등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추진된 외자유치는 외국의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거나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투명경영의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대기업들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외자유치의 긍정적인 효과는 지대했고 이런 것이 빛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자유치 과정에서 나타난 국내 기업의 헐값 매각과 이에 따른 부의 해외 유출 문제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유성동 위기의 급박한 상황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부문을 서둘러 외국 기업에 넘기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의 성장 기반 와해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급속한 외국 경영기법 도입으로 당초 경영목표에 차질을 빚는 사태도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허위공시나 사실과 다른 소문을 시장에 유포해 선의의 투자가들을 우롱하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기업인의 윤리의식을 상실한 몇몇 기업인들은 외자유치 협상 중이거나 아니면 의사타진 수준에 불과한 사실을 과대포장해 마치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처럼 조회공시를 남발해 주가를 조작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이 같은 부도덕한 사례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당국도 이런 일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으로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국내 IT업체들의 이번 외자유치 노력이 결실을 가져와 국내 IT산업이 재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