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개기업들의 결산자료 공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추정실적치를 내놔 투자자들과 해당업체를 당혹케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속한 자료 제공에 몰두하다 보니 실제 실적과 엄청난 차이가 있는 자료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한 A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영업환경 악화로 4·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또 연말에 매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저가로 제품을 대거 팔아치워 영업이익률이 크게 악화됐다. A사는 이에 따라 오는 15일로 예정된 연간 공식실적 발표 전까지는 대외에 실적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실적 발표와 때를 맞춰 올해 실적 개선방안을 같이 내놓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여타 등록기업과 마찬가지로 A사에도 여러 증권사들의 실적자료 요구가 있었지만 A사는 당초 계획대로 올해 실적집계가 완료되지 않아 공식일정에 맞춰 실적을 발표하겠다고 미뤘다. 하지만 빠른 자료 발간에 혈안이 된 한 증권사가 확인되지 않은 4·4분기 실적을 임의로 추정해 A사의 실적을 엄청나게 부풀려 버렸다.
이에 따라 A사는 증권사 자료를 통해 코스닥시장 내 실적 호전기업으로 소개됐고 일부 언론에는 실적이 우수한 우량기업으로 오보되는 해프닝을 낳았다.
A사의 주가는 연초 코스닥의 상승 분위기에도 상승폭이 미미했지만 이런 실적호전 소식에 힘입어 요즘은 급격한 주가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자료를 믿고 A사 주식에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공식실적 발표 후에는 증권사의 자료를 믿고 A사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사도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처해 하고 있다. 직접 나서서 증권사의 자료는 잘못이며 우리 회사는 이렇게 실적이 악화됐다고 공개할 수도 없고 방관하며 주가 상승을 즐기다가 「거짓말 기업」이라는 오점을 남길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의 리포트 하단에는 항상 「본 자료는 증권사 추정치이며 이에 따른 투자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손실이나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과 기업은 과연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할까.
<디지털경제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