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 부품 공동구매 사업 탁상공론에 그치나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적극 추진해왔던 부품 공동구매가 1년여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텔슨전자·세원텔레콤·스탠더드텔레콤·와이드텔레콤이 지난 1년여간 부품 공동구매를 위해 머리를 맞대왔으나 아직 구매 품목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 4사 대표들이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공동구매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구매행위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해당회사들은 지난 97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도입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25%씩 출자해 설립한 시너텍정보통신(대표 함상섭)을 통해 부품 공동구매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일반 범용자재에 대한 공동구매건도 무리없이 동의했다.

그러나 공동구매 품목 선정작업이 족쇄가 되고 있다. 같은 품목인 경우에도 각 회사의 단말기 설계에 따라 사양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이동전화단말기 1대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부품 수만도 300∼400개에 달하는데다 회사별로 부품품목에 따라 단말기 설계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공동구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세원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사실 퀄컴·인텔·샤프·후지쯔 등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이 한국의 4개 중견 단말업체의 구매창구 일원화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며 『아직 부품 공동구매 실현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시너텍정보통신을 통한 공동구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로서 더 지켜볼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해당 업체들의 부품 공동구매건에 대해 팬택의 한 관계자는 『당초 실현되기 힘든 일이었다』며 『1년여째 결론없이 표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텔슨전자측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과 생산능력이 취약한 중견업체가 독자적으로 부품을 구매하는 어려움이 많은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상황』이라며 『부품 공동구매만이 대기업들의 부품독식과 부품 공급사들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