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블루투스와 무선LAN

정한욱 한국통신 가입자망 연구소 무선네트워크팀장(hanuk@kt.co.kr)

2.4㎓대역 무선 LAN 기술은 대역확산 기술에 따라 크게 DS(Direct Sequence)와 FH(Frequency Hopping) 방식으로 분류된다. 블루투스(Bluetooth)는 FH 방식 무선 LAN 기술 중 하나로 다른 무선 LAN 기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송구조에서 음성전송을 위한 방식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블루투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루투스를 이동전화단말기에 내장할 경우 기존의 이동 음성통신에서 획기적으로 진화된 데이터 통신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가령 모든 이동전화에 블루투스가 내장된다면 전세계 어디에서나 개인휴대단말기(PDA) 이상의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말기에 개인의 주소·이름·카드번호 등을 기억시켜 호텔 투숙시 숙박계를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지 않고 이동전화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그 정보를 호텔 프런트 컴퓨터로 전송하고 체크아웃시에는 카드번호를 전송, 결제를 할 수도 있다. 블루투스 이동전화로 대문을 열고 PC의 전자우편을 다운로드받고 근거리에서는 고속으로 사내인터넷 망에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오던 미래생활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블루투스 단말기를 개발, 보급함으로써 국가가 얻는 이익은 매우 크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민 전체의 통신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단말기 및 관련장비 산업의 개발수준을 세계적으로 한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단말기 및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에만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파수 대역에 관한 제3의 중재노력이 필요하다.

무선 LAN은 어떠한가. 블루투스와 무선 LAN은 비허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비허가 주파수 대역이란 특정 사업자가 사업용으로 독점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아니라 형식승인 획득장비를 구입한 사람은 누구나 개인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다.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서는 무선 LAN을 이용한 초고속 무선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및 사업장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통신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미국내 전역 스타벅스 체인점의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ADSL과 마찬가지의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 사업을 꿈꾸는 중소 ISP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무선 LAN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이 조심스레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선 LAN 주파수를 사업자가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인근 지역에서 개인이 자가망을 사용할 경우 간섭이 발생한다. 반대로 자가망이 설치된 공간에서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역시 전파의 혼선이 우려된다.

전파의 혼선을 우려해 블루투스와 무선 LAN을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공기오염이 두려워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비허가 무선 주파수를 옥외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한하되, 옥내에서 무선 인터넷용으로 허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기술을 이끌고, 사용자의 편리와 수요는 서비스를 이끌어 간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제품개발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무선 LAN 시장은 옥내에서 주파수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조기에 허용함으로써 세계적인 시장개척을 위해 정부가 적극 정책방향의 물꼬를 터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의 국내 산업은 벤쳐기업 육성과 핵심기술을 갖춘 기술강국으로의 성장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만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부품의 공동조달 및 구매에 직접 개입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무선통신의 핵심기술로 등장할 무선 LAN이나 블루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장치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저가에 대량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