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다니는 근거없는 헛소문만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루머 킬러」가 등장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에이전스버추엘이라는 회사는 최근 「루머봇」이라고 불리는 루머 추적 전용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인터넷의 일반 게시판들과 뉴스그룹을 대상으로 특정 회사의 이름이 들어간 게시물을 모으는 루머봇은 인터넷에 떠도는 음해성 헛소문으로 기업 이미지에 상처를 받고 있는 기업들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 루머봇은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IP주소를 추적하는 기능도 갖고 있어 해당업체가 필요할 경우 소송이나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에이전스측이 예상하는 판매가격은 10만달러(1억2000만원)다.
에이전스의 스테파노 사장은 『우선 「포천 500」 기업들을 대상으로 판촉에 나설 계획』이라며 『기업이미지를 생명처럼 여기는 업체에 10만달러는 큰 돈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나 잘못된 정보는 순식간에 해당 기업의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 퇴직 기자가 인터넷에 올린 허위 보도자료로 인해 주가가 60%나 폭락한 에뷸렉스사가 좋은 예다. 최근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게시판에 올라간 익명의 루머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루머봇이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의 데이비드 소블은 『이런 소프트웨어가 판매된다는 것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파괴하고 개인들의 의사표현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루머봇이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은 적법한 소프트웨어인지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웹사이트에 설치된 방문자수 계산 프로그램처럼 개인의 익명성이 보호되는 프로그램이라면 용인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게시물의 위법성과 관계없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IP를 무조건 추적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스테파노 사장은 이에 대해 『루머봇은 인터넷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포르노도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기관인 FBI는 『우리는 인터넷 게시물을 역추적할 때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제한규정을 갖고 있다』며 『루머봇이 이런 규정에 적합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루머봇이 말처럼 제 기능을 발휘하기만 한다면 수많은 기업들이 이를 앞다퉈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데이비드 소블은 『인터넷에서 익명의 게시물을 뿌리뽑기 어려운 것처럼 불법이라 하더라도 이런 로봇의 활동을 추적하고 제한하는 것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털어놓았다.
일부에서는 네티즌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루머를 뿌리뽑는 유일한 대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이제 인터넷상의 루머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사람들은 도서관 자료에 나온 글과 목욕탕 타일에 적힌 선전문구를 똑같이 신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루머봇은 이번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세계인터넷엑스포」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