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름다운 뒷모습

최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업체인 퀀텀코리아 모든 직원들에게 본사로부터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그 내용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맥스터와 퀀텀의 국내 지사 통합 계획과 일정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맥스터코리아 우기섭 사장이 통합지사장을 맡고 퀀텀코리아 직원 3명이 맥스터코리아로 옮기며 기존 유통망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감안하면 지사통합 작업은 오는 4월 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승인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우편을 받고 내 심정도 착잡했습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두 달 후면 퀀텀코리아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무리입니다. 모두들 퀀텀코리아의 간판을 내리는 날까지 제품 공급과 고객 지원에 최선을 다합시다.』

전자우편을 받은 날 저녁 퀀텀코리아 박용진 사장이 전직원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지난해 10월 초 본사 차원의 합병이 발표된 후 퀀텀코리아에서는 단 한 명의 직원도 사표를 내지 않았다. 곧바로 어디로 옮겨가는 것도 어렵지만 끝까지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에 부응하듯 퀀텀 본사는 마지막까지 한국지사에 대한 지원과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얼마 전 한 외국계 저장장치업체가 수익 악화를 내세워 지사를 철수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신변을 정리할 새도 없이 모두 해고됐다.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또 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물론 본사 차원에서 나름대로 계산이 있어서 취한 조치겠지만 적어도 그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들에게는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준 것이다. 그걸 보면 그동안 그 회사가 국내에서 해온 사업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시장 논리에 의해 이뤄진 인수합병 혹은 사업 부진에 따른 지사 철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 다시 국내에 들어와야 할지도 모른다. 마무리가 다른 두 회사의 지사 철수를 보면서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지 않고 적절한 보상과 깔끔한 사업정리를 추진하는 퀀텀의 「유종의 미」가 더없이 소중해 보인다.

<컴퓨터산업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