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통신사업자들이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IMT2000을 비롯해 신규사업 마케팅, 망 확대 등 설비투자에만 줄잡아 7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통신사업자들이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사업 축소, 투자 위축, 공격경영 포기 등 심각한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해외 투자자를 물색하는 등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 성과가 미미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 무산 위기, 한국통신(KT)지분 전량매각 실패 등 최근 통신사업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펀딩 최우선」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대규모 선행투자, 회수기간의 장기화 등 통신사업의 특성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통신투자를 통한 정보기술(IT) 경기 활성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돈주머니가 비었다 ● 통신사업자들의 돈주머니는 이미 고갈 일보직전이다. 지난해 1조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는 한국통신과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구조조정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 데다 한솔엠닷컴을 인수하는 데도 엄청난 돈을 퍼부어야 했다. SK텔레콤도 신세기통신 인수에 이어 파워콤 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자금 수요가 컸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개척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계속한 두루넷·하나로통신·드림라인·온세통신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투자자금 고갈 상황에 직면, 올해는 신규 투자를 대폭 줄이고 적자 부문을 처분하는 등 생존 투쟁으로 전환했다. 데이?역시 LG가 인수했지만 자금 지원은 전무한 상태로 알려졌다.
◇돈쓸 곳은 널려 있다 ●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게 돈쓸 곳이 많다는 것이 고민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IMT2000 법인 설립. KT나 SK텔레콤 모두 법인 설립과 출연금 납부비용으로 1조원 가까운 돈을 마련해야 한다. KT는 대주주로 참여한 위성방송업자 KDB에도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다 음성 기반의 사업구조를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대적 시설투자를 단행해야 하고 초고속인터넷 및 무선인터넷 가입자 모집 등 마케팅 비용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포털 구축 등 신규사업 추진과 벤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돈이 필요하다. KT와 SK텔레콤만도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돈나올 곳은 제한됐다 ● 지난 7일 이뤄진 정부보유 KT 지분매각에는 SK텔레콤이나 데이콤·두루넷·하나로통신·드림라인 등 유무선 기간통신사업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금 유동성이 최대 이슈인 국내 자금시장에서 4조원 이상의 지분매각이 가능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KT가 성공한다면 자신들도 국내 시장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7일 이후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국내에서의 자체 조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돌아섰다.
◇마지막 보루, 전략적 제휴 ● KT·SK텔레콤·데이콤·드림라인·하나로통신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전략적 제휴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는 각각 신주 10%를 포함한 본체와 무선계 자회사의 전략적 제휴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 5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역시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에 실패한다면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로 몰린다. 종합정보통신사업자 구상이 헝클어지는 건 당연하다.
전략적 제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열어둔 데이콤이나 지난해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해온 드림라인·하나로통신 역시 「발등의 불」이 됐다. 이들은 해외 투자자를 통해 설비 및 사업자금을 적게는 1000억에서 많게는 4000억원 이상 「긴급 수혈」하는 방안을 투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통신사업자들, 특히 KT와 SK텔레콤의 전략적 제휴 추진 실패는 IT산업에 찬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국내 통신 시장의 주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초고속인터넷·무선인터넷이 일차적으로 된 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이는 곧바로 벤처 열풍을 몰고온 콘텐츠·통신장비·솔루션 등 IT산업 전반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신서비스 부문은 통신장비를 포함해 IT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쳤기 때문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