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가상현실 정신치료기술

김선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용공학교실 교수 sunkim@email.hanyang.ac.kr

의료분야 기술혁신 중 타 분야의 첨단기술을 접목한 치료기술이 개발되는 예는 상당히 많다. 그 중 하나가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기술이다. 가상환경을 이용한 정신치료란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상황을 가상으로 구성해 환자가 그 가상공간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정신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말한다.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공포증·강박증·식사장애 등 정신질환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일어난 급속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 변화는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대처능력에 위협을 가해왔다.

이에 따라 정신·심리적 문제를 가진 인구가 계속 늘어났다. 현재까지 전국의 정신질환자 수는 전인구의 2.7%에 해당되는 약 119만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는 실제 수보다 매우 축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우울증과 같은 다소 가벼운 정신·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의 수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정신치료기법은 프로이드 이후 획기적인 테크놀로지의 개발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0년대 들어 가상현실은 첨단기술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정신치료분야에서는 비행공포·고소공포 등과 같이 어떤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치료하는 데 성공적인 연구결과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활동은 컴퓨터과학, 심리학, 그리고 정신의학 분야에서 학자들의 주의를 충분하게 끌게 됐고 현재의 연구들은 이전의 연구업적들을 확淪?보다 많은 환자들과 방대한 영역의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체계적인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양대·인제대·ETRI 등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버추얼 리얼리티 사이코세러피 심포지엄(Virtual Reality Psychotherapy symposium) 2000」에 의하면 현재 국내의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양대학교 의용공학교실에서 개발한 가상현실 정신치료시스템은 이미 미국·스페인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

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기술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실제 치료에 있어 너무나 무서워서 실제상황에 직면할 수 없는 환자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시해 줄 수 있으며 대중 앞에서 경험해야 하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고 비밀이 보장된다.

또 가상환경을 이용한 정신치료는 환자가 언제든지 가상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다른 치료보다 더 안전하며 효과적이다. 특히 치료자의 진료실내에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이점을 가진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가상현실 정신치료기술은 컴퓨터과학, 특히 가상현실기술분야, 심리학분야, 의료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의학분야 외에도 공학분야, 산업분야에까지 파급효과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미국 IGI컨설팅사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99년 가상현실 관련 세계시장 규모가 5억달러에서 연평균 39.6%의 높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약적인 증가전망을 밝히고 있다. 또한 미국의 커뮤니케이션컴퍼니의 조사에 의하면 가상현실의 의료분야 응용시장 규모는 연간 5000만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같이 가상현실 정신치료분야의 장래성과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따라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에 있는 국내의 가상현실 정신치료분야에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국민의 관심이 더욱더 필요하다. 이는 현대 정신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적인 의학기술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