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02)

새로운 모험<2>

상에 덮인 종이를 벗겨내자 마치 잔칫상처럼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나는 홍 의원 맞은편에 앉았다.

막내 며느리가 쟁반에 국그릇을 들고 들어와서 내려놓았다. 나는 들고 온 양주병을 열고 홍 의원 앞에 있는 유리잔에 따랐다. 그는 나의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얼음이 필요한가. 나는 물을 섞지 않고 진국 그대로 마시지. 양주는 톡 쏘는 맛이 제격이거든. 필요하다면 가져오게 하지.』

『저도 그대로 마시겠습니다.』

나는 술에 얼음을 넣어도 좋고 넣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의 막내며느리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다.

『자, 건배하세. 정계 입성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지도해 주십시오.』

『그래, 지도해 줄테니 잘 해보게. 내가 자네에게 말하려는 것은 정공법이 아닐지 모르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부조리할지 모르지. 그리고 자네 성격으로 싫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정치란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일이 아냐. 정치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음양의 이론을 알아야 하네. 표면으로 나타난 것과 음지로 들어가 있는 이면의 세계가 있네.』

그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듯했으나,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침묵을 했다. 그의 며느리가 투가리에서 끓고 있는 된장국을 가지고 들어와서 상 가운데에 놓았다. 홍 의원이 숟가락을 들어 된장국을 뜨면서 나에게 식사를 권했다.

『자, 들게.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도록 하지. 이 된장국 맛 좀 보게. 맛이 어떤가. 이건 내가 끓였지.』

『맛이 좋습니다. 이런 국은 손수 끓이시나요.』

『내 막내며느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국만은 내가 직접 끓이지. 내 맛을 아무도 따라가지 못해.』

『바쁘실텐데 된장국 끓일 시간이 있으세요.』

『우리가 바쁘다는 것은 모두 핑계야. 우리는 가끔 바빠서 못한다는 식의 말을 하지. 그것은 핑계일세. 중요한 것은 그 일에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지, 그런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지 바빠서 못한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지. 나는 된장국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지. 국회 단상에서 상대방 정당과 싸움질하는 것보다 더 가치를 두고 있네.』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무엇인가 다른 말을 하기 위해 복선으로 하는 말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