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경쟁적으로 음성정보산업 육성을 위한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소외됐던 음성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정부 부처가 새롭게 인식하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사실은 국내 음성정보 분야 연구를 선도해온 교수들이 환영하는 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환영해야 할 관련분야 교수들의 반응은 의외로 썰렁하기만 하다.
특히 산자부가 음성정보기술 관련투자 계획 및 관련협회 창립을 발표한 이후 교수들의 반응은 냉담할 정도다.
이유는 산자부의 준비 부족이다.
국내 음성·음향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 및 연구소 고급인력의 총본산인 한국음향학회는 산자부의 이번 투자 계획을 매스컴을 통해 확인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소외됐다.
모 대학 L 교수는 『학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제안하는 기관이라고 자부했는데 이번 산자부의 일 처리 과정은 다소 성급한 면이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음향학회 구성원 60% 이상이 음성정보 분야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산자부가 학회와는 어떤 의견이나 정보 교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것이다.
물론 L 교수는 『산자부가 음성정보산업 기반구축 계획을 수립, 발표하는 데 일조한 일부 교수들을 폄하하거나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학회 차원의 어떤 논의도 없었음을 생각하면 다소 섭섭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불만은 「중심론」으로 이어진다.
음성정보산업 분야에서 핵심 인력을 배출하고 기술 발전을 선도한 한국음향학회가 지난 20년 이상 쌓은 역량과 역할을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불만이다.
산자부의 발표 후 몇몇 학회 회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산자부는 옹색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학회 전문가를 초빙하겠다는 대답과 함께 학회 구성원 가운데 음성정보 분야 관련인력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것이 산자부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란다.
정통부와 산자부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교수들의 희망 가득한 이구동성이 자꾸 기억에 떠오른다.
<경제과학부·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