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유럽 이동통신업계는 차세대이동통신(3G)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치렀다. 대부분의 국가가 더 높은 입찰가를 부르는 업체에 사업권을 부여하는 「주파수경매」 방식을 채택했기에 유럽의 3G전쟁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지난해 유럽 통신업체들이 사업권 확보를 위해 대출받은 금액이 1700억달러에 이를 정도니 업체들의 3G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껴질 만큼 3G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 하나, 무선인터넷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미 휴대폰은 음성통화뿐 아니라 e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PC와 다를 바 없는 정보기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따라서, 고속데이터통신이 가능해지는 3G 시대에는 데이터 관련 수익이 사업자들의 전체 매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사업자들은 바로 이러한 무선인터넷에 기대를 걸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포레스터리서치는 이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라고 경고한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열여덟번째 이야기는 「3G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유럽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편집자
유럽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휴대폰 가입률이 높다. 관련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럽의 휴대폰 가입자는 2억1000만명에 이른다. 또, 유럽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보다폰(영국)과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 노키아(핀란드)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이곳 유럽은 이동통신분야에서는 항상 빠른 발전 모습을 보여왔고 3G사업준비에서도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비록 세계 최초의 3G서비스 상용화는 일본의 NTT도코모에 빼앗길 것으로 보이지만 일찌감치 GSM 방식에 기반한 비동기식으로 기술을 통일해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 때문에 포레스터리서치는 3G사업의 진정한 수익성을 알아보고 향후 이동통신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유럽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3G에 대한 높은 기대 = 포레스터는 지난해 유럽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26개 업체의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조사결과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휴대폰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특히 이중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입자가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앞으로 음성통화요금 하락으로 인한 손실부분을 무선인터넷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경영진들은 2003년에는 데이터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무선인터넷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표1참조
따라서 이들은 이러한 무선인터넷 시대를 활짝 열어줄 3G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조건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통신업체의 경영진들은 어떠한 수익모델을 통해 무선인터넷 사업을 진행할지, 또 과연 3G서비스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계산을 하고 있지 못했다.
◇3G의 대가 = 업체들이 3G사업에 대해 거는 기대만큼 업체들에는 그만한 대가
가 요구됐다.
업체들은 사업권 확보에서부터 초기 예상을 뛰어넘는 지출을 했다. 지난해 유럽 통신사업자들은 사업권 확보에 약 1040억유로(1유로=약 1140원)를 투입했으며 보다폰의 경우는 영국과 독일에서만 180억유로를 사업권 확보에 썼다. 표2참조
사업권이 있다고 해서 3G사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규모가 큰 시장에서는 사업자마다 대략 50억유로의 예산이 필요하다. 게다가 2세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가 아닌 신규 사업자의 경우는 60억유로 이상의 비용이 든다.
3G를 위한 업체들의 지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복수의 사업자가 있기 때문에 업체들간의 경쟁은 당연한 일.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보다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신규 사업자의 경우는 네트워크 비용의 50%, 기존 사업자는 대략 25%가 마케팅에 투입된다.
따라서 규모가 큰 시장에서 3G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대략 100억유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프랑스텔레콤은 프랑스내 3G서비스를 위해 사업권에 49억5000만유로, 네트워크 구축에 50억유로, 마케팅에 12억5000만유로 등 총 112억유로를 예산으로 세워놓았다.
◇3G의 수익성 = 이처럼 3G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과제가 발생한다. 유럽의 통신전문 시장조사기관 텔레플랜은 업체들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2004년까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Average Revenue Per User)을 현재의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포레스터가 서유럽 17개 국가의 통신시장 규모와 사업자들의 매출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선인터넷 이용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연간 ARPU는 2000∼2005년 사이에 평균적으로 15%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표3참조
통신사업자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성통화 부문은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요금이 인하되어 전체적인 통화량은 증가하지만 ARPU는 오히려 444유로에서 250유로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또 전송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도 57%에 달하는 가격 인하로 인해 별다른 수익원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업자들의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무선인터넷은 가입비, 접속 비용 등은 전체 ARPU의 17.3%를 차지하며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료 콘텐츠, m커머스 수수료, 광고 등 관련 수익은 전체 ARPU의 8%만을 차지해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포레스터는 무선인터넷 관련 매출이 음성통화 매출의 감소분을 메우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운영이익이 2003년부터 줄어들면서 2007년에 적자에 접어들고 2013년경에나 일부 업체들만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부진은 예상보다 적은 무선인터넷 매출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비롯된다.
첫째, 가입자 증가의 한계다. 아기,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을 고려할 때 휴대폰 가입률이 76%를 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체들은 마케팅 비용을 끝까지 줄이지 못한다. 이는 업체들에 심한 자금 압박을 가져올 것이다.
셋째, 현재 통신사업자들은 2세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3세대 서비스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10년후 4세대 서비스가 현실화될쯤이면 이러한 현상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2011년께에 업체들은 3G사업의 수익을 거둬들이기도 전에 4세대 통신사업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전망 = 포레스터는 이처럼 3G사업의 수익성이 예상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초기 자금 압박을 견뎌낼 수 있는 대형사업자들만이 유럽 3G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한다.
신규 사업자의 경우는 2007년 이전에 모두 사업을 접거나 대형업체에 흡수되고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처럼 ARPU가 40% 이상 떨어지는 일부 국가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마저도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포레스터는 2008년경에는 보다폰, T모바일(도이치텔레콤), 프랑스텔레콤, BT셀넷(브리티시텔레콤) 등 4개 업체와 KPN, 텔레포니카, 텔레콤이탈리아, NTT도코모 중 한 업체만이 유럽 3G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3G사업 성공을 위한 조언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추가 수익원 창출을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한다. 포레스터는 사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비즈니스 서비스를 강화하라.
일반 개인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매출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보다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
-M2M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하라.
3G서비스는 휴대폰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동차, 자동판매기, 가전제품 등 모든 기기들을 연결하는 M2M(Machine to Machine) 서비스는 업체들에 또다른 수익을 안겨줄 것이다.
-콘텐츠 확보에 힘써라.
무선인터넷을 통한 매출을 증가시키고 싶다면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최우선이다. 인터넷업체는 물론 미디어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가입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