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표준화전쟁「예고탄」

마이크로소프트(MS)가 19일 유럽을 향해 스팅어(Stinger)를 발사,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표준화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그동안 유럽은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규격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telecommunication)을 통해 권역내 로밍을 실현하면서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기반의 2.5세대 이동전화(무선인터넷)서비스를 추진해 왔다. 특히 WAP의 헤게모니를 에릭슨, 노키아 등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시장은 모바일 익스플로러(ME) 기반의 스팅어에게 높은 장벽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유럽지역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WAP을 채택한 2.5세대 이동전화시장이 위축되는 양상을 띠면서 스팅어가 진출할 틈이 열리고 있다. 이에 맞춰 MS가 발빠르게 3GSM 세계총회를 통해 스팅어 스마트폰(무선인터넷 단말기) 플랫폼의 전세계 공개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WAP대 스팅어=현재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표준화의 헤게모니는 WAP에 넘어가 있다. 지난 97년 에릭슨, 모토로라, 노키아, 언와이어드플래닛 등 이동통신기기 4강이 공통규격을 제정하기 위해 결성한 WAP포럼에 200여개 기업들이 참여한 상태다.

여기에 「모바일」을 21세기 화두로 삼은 MS가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 특히 MS는 스팅어 프로젝트의 적략적 파트너로 세계 최강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끌어들임으로써 WAP에 버금가는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센도(Sendo)와 트라이엄(Trium)사가 지원군으로 합류, 유럽을 향한 스팅어 탄두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사실 WAP과 스팅어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디지털 이동전화단말기를 필두로 하는 무선통신기기에서 인터넷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먼저 서로 다른 종류의 무선통신망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무선 프로토콜 규격과 콘텐츠, 응용기술을 개발하느냐에 우열이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 파장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LG텔레콤이 WAP 브라우저를 채택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통신장비업체들도 대부분 WAP폰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스팅어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통프리텔·엠닷컴이 ME브라우저를 채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MS와 전략적으로 제휴, 스팅어 프로젝트에 따른 무선인터넷단말기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은 「가장 효율적인 무선인터넷 솔루션을 채택한다」는 기본 원칙아래 WAP과 스팅어를 구분하지 않고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 진영간의 불꽃튀는 기술경쟁을 예상케 한다. 더구나 한국은 2.5세대 이동전화규격인 IS95C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단계여서 가장 좋은 「WAP, 스팅어 실험장」이 되고 있다.

실제 에릭슨은 SK텔레콤, LG정보통신, 현대전자, 한화/정보통신, 스탠더드텔레콤 등 국내 서비스 사업자와 장비업체들과 함께 WAP폰을 공동 개발해 왔다. 또한 에릭슨은 LG전자와 3세대 이동통신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제휴함으로써 한국의 무선인터넷단말기 시장에 대한 진출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같은 WAP 진영의 움직임에 MS가 손을 놓고 있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밖에도 현대전자가 에릭슨, MS와 각각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이동전화단말기 세계 1위 기업인 노키아도 텔슨전자와 제휴하고 CDMA 단말기 한국시장 진출을 공표함으로써 무선인터넷단말기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특히 노키아는 GSM WAP폰인 「7110」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 공략의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관건은 「민첩함」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 즉 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다 작은 단말기 안에 담아내고 보다 빠른 무선인터넷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성패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결국 뒤늦게 출발한 MS가 무선인터넷 프로토콜 표준화 전쟁에서 적극적인 공격자세를 취할 것이고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 WAP 진영의 수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같은 경쟁으로 행복해지는 이는 소비자들일 것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