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조직화된 네트워크 사회

◆산업연구원 이덕희 연구위원 dhlee@kiet.re.kr

정보사회는 네트워크사회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부딪혀 새로운 것을 창출해나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무질서할 때보다는 질서를 지니고 있을 때 훨씬 그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각 구성요소가 각자의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면서 다른 요소에 항상 개방되어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해나갈 때 전체성과는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하고 개인간의 경쟁이 과도한 나라일수록 치밀한 조직화 노력이 필요하다. 에릭슨·노키아 등을 배출한 스웨덴·핀란드 등 북구유럽, 벤처강국인 이스라엘, 인텔리전트 아일랜드를 구현하고 있는 싱가포르 등은 이러한 정보사회를 맞아 국가전략을 조직화해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 자원이 풍부하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해 역량을 조직화한 결과다. 특히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경우 전국적으로 32개 및 19개의 사이언스파크를, 이스라엘은 전국에 26개의 창업보육센터를 각각 조성했다.

물론 국가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 인센티브제도면에서 특성을 달리하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단일 계획을 수립하고 중앙 및 지방 정부, 연구소, 대학, 기업 등의 역량을 조직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물론 우리나라에도 사이언스파크나 창업보육센터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일관되게 통합하는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이 뚜렷하지 않고 수많은 계획이 난립하고 있어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렇다 할 IT산업 집적지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정책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젠 지방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이 어렵다고 본다. 아니 어쩌면 지방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은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거대한 수도권이 가진 힘에 의해 스스로 무수한 기회를 창출하며 굴러가고 있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회복하기에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생산하는 온갖 비효율·획일성 속에 지방의 다양성과 가능성은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도권과 지방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평소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정책의 적극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고 정책입안에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지방에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되 지방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도출돼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이 형성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의 통합된 정책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시대에 있어서 정부역할도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되도록 민간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엮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에 중점을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일관성 없는 개입은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만일 특정 부문에 있어서 코디네이터가 없으면 코디네이터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를 설립하며, 특정 코디네이터 기구가 필요하지 않으면 상호간의 인터페이스가 확대되도록 정부가 초기에 기회를 마련해주는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IMF위기 속에서도 정보화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국가경쟁력 창출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지금 과연 제대로 달려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방향이 아니다 싶으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