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선정성의 기준

◆이명구 AV뉴스 대표 sextizen@hanmail.net

지금 인터넷 성인방송국들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인터넷의 유일한 수익모델로 각광받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달 검찰은 인터넷 성인방송국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주된 이유는 「인터넷 성인방송의 선정성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고 구체적으로 적용된 혐의는 전기통신법·부가통신사업법·공연법 위반 등이었다.

물론 최근 인터넷 성인방송국들이 지나친 과잉경쟁을 벌이면서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위험 수위란 흔히 말하는 사회적 통념에 의한 것이지 성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도 통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 사회는 인터넷이라는 신종 매체가 등장하면서 고민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인터넷 속에 등장한 성 관련 정보에 대한 처벌 법규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인터넷 성인 사이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법률들을 끌어대야만 한다.

특히 인터넷 성인방송국을 단속하면서 IJ들의 라이브 방송에 음란공연 혐의를 적용한 점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존 지상파TV나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일부 프로그램도 선정성에 있어서는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단속도 대중적 공감대를 얻기보다는 보수적인 성 이데올로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모호한 기준과 불공평한 처벌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 제15조 선량한 풍속 등 보호에 대한 부분」의 첫번째 조항은 「성적인 욕구를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음란한 내용」이라고 돼 있다.

이 같은 포괄적인 개념은 결국 편의에 따라, 주관적인 입장에 따라 일반적인 정보에도 얼마든지 음란물이라는 형틀을 씌울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현재 인터넷에는 성인방송국·성인웹진 등 본격적인 성인 사이트를 표방한 곳들 외에도 수많은 포털사이트와 검색사이트,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성인 정보 메뉴를 다루고 있다. 이들 중 일부 사이트들은 현행법상 불법인 포르노 사이트에 링크돼 있는 경우도 있다.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된 바 있는 일부 여성 포털사이트들의 성 관련 정보 역시 성인 사이트와 대등소이할 만큼 적나라한 콘텐츠로 유저들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인 규제에서 멀리 비켜 서 있다. 때문에 성인 사이트에 대한 일방적인 처벌에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성인 사이트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인터넷의 발전과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성인 사이트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터넷 방송 기술, 결제대행시스템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또한 하드코어 포르노가 넘쳐나는 인터넷 문화 속에서 국내 성인 사이트들은 나름대로 국내법을 준수하며 건전한 성인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돈벌이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합법적인 사업체를 꾸리고 국내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해외 서버를 이용해 불법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인터넷 속에서는 세계 각 국의 막대한 성인 사이트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한국 공략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1세기에 인터넷에서는 성 문화 전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임의적인 판단으로 국내 성인 사이트들의 발목을 잡는다면 앞으로 한국의 성 문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서구의 성 문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