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무선호출사업 철수 의미와 전망

무선호출서비스의 선두주자이자 마지막 보루였던 SK텔레콤이 27일 무선호출사업 철수를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무선호출 시장은 상용서비스 16년, 제2사업자 등장 및 경쟁제체 돌입 8년 만에 완전폐지 초읽기에 들어섰다.

지난 97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 무선호출서비스 가입자가 1600만명에 근접하면서 이동전화 활성화 이전의 국내 통신 시장은 유선전화와 무선호출의 양극체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동전화라는 양방향 통신의 매력은 무선호출의 영화를 하루 아침에 꺾어 버렸다.

이후 2000년에는 나래앤컴퍼니·전북이동통신·제주이동통신·새한텔레콤 등이 사업 폐지 릴레이에 가세했고 무선호출은 사업자에게는 천덕꾸러기로, 이용자에게는 철지난 통신서비스로 낙인찍히게 됐다. 현재 서울이동통신과 해피텔레콤이 시장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의 행보도 크게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이동통신은 문자메시징서비스로 사업 중심을 이동하면서 다소간 숨통은 열어놓을 수 있겠지만 해피텔레콤은 묘수가 없는 상태에서 결단의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서비스는 특수시장에만 잔류 ● 이제 무선호출은 일반인 대상의 보편적 통신서비스로서는 완전히 의미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군부대·병원 등 극소수의 특수업무에는 앞으로도 여전히 사용되겠지만 일반 가입자 기반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망 경제성이 높고 통신효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보장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방향이라는 무선호출의 단점은 멀티미디어와 양방향 통신이 주도하는 통신 시장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텍크텔레콤의 전략은 ● 무선호출과 관련한 망과 가입자·서비스운영권을 SK텔레콤으로부터 넘겨받게 되는 인텍크텔레콤은 우선 30만명이 넘는 가입자와 전국적인 커버리지 안정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현재 마이세스라는 양방향 데이터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여기에 SK텔레콤의 무선호출망을 활용한 고속 데이터브로드캐스팅과 같은 서비스가 추가된다면 시장 공략에 훨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인텍크텔레콤 측은 우선 저속망을 활용한 순수 무선호출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고속망을 통해 기존 Q스톡과 같은 고속데이터정보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초에는 현재의 양방향서비스와 무선호출망을 활용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듀얼모드 단말기를 선보이고 가입자 확대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무선데이터 회생 날개 얻을까 ● 무선호출과 무선데이터서비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 쏠리는 관심은 높다. 특히 시장 기반 악화로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선데이터사업이 이번과 같은 기회를 통해 어떤 회생 방도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이를 계기로 무선데이터서비스의 망 안정화와 서비스 다양화에 조그마한 진전이 있다면 그것 또한 값진 결과물일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