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마인드 제고가 먼저다

디지털가전이 전기전자업체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지 이미 오래다. 해외 유수의 전자업체들이 디지털가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삼성·LG 등을 비롯해 그룹사들 대부분이 디지털가전 사업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 있다. 그만큼 수익성과 부가가치가 높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실로 무심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전자유통업계의 설명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까. 전자상가의 디지털가전 취급매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를 사러 오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양한 기능이요? 천만에요. 좀 웃기지만 테이프랑 필름을 어디에 넣느냐는 것이랍니다. 디지털가전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그저 「새롭다」 「좀더 예쁘다」 정도에 불과한 것 같아요.』

주지하다시피 MP3플레이어에는 카세트테이프가 필요없고 디지털카메라에는 필름이 필요없다. 그 역할을 플래시메모리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에 테이프나 필름이 전혀 필요없다는 것을 모르고도 그 제품을 사러 오는 고객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일반 대중의 디지털 마인드 수준은 아직도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고 일부는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체에 다니는 아들에게서 설선물로 디지털카메라를 선물받았다는 상암동의 김모씨(53)는 『사진이 찍히기는 하는 것 같은데 찍은 다음에 어디서 어떻게 봐야할지 난감해 한번 쓴 후에는 구석에 치워버렸다』고 아쉬운 심경을 토로했다. 모든 전자업체들이 「디지털」을 합창하듯 외쳐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마인드는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고객이 그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알든 모르든 팔리기만 하면 그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기기간의 정보공유와 복합화라는 디지털제품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제품을 산 고객은 당연히 그 제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디지털제품은 비싸기만 할 뿐 쓸 데라곤 없는 무용지물」이라고 외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전자업체들이 디지털제품을 파는 데 급급해하기에 앞서 디지털 마인드 확산에 더욱 힘써야 할 이유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