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양대산맥 M&A 전략>(하)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거의 모든 분야의 반도체를 취급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사업의 효율 및 전문화만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 「디지털 신호처리 프로세서(DSP)」 분야를 자사 반도체 사업의 핵심으로 선정했다.

DSP는 음성 및 영상 등 자연계의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화해 처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품으로 모든 통신기기와 영상기기 대부분에 장착되고 있다.

현재 TI는 DSP 세계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를 만큼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의 TI가 있기까지는 기술 획득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그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M&A다.

이 회사의 M&A 전략은 DSP 사업의 확고한 기반 다지기와 DSP 주변의 아날로그 기술 도입으로 집약된다. 또한 최근에는 통신 및 디지털 가전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목표로 DSL 모뎀기술과 무선통신기술, 컴퓨터 통신기술 등을 보유한 업체들의 인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M&A 추진은 97년 말부터다. 이 해에 디지털 MODM기술을 보유한 「아매티커뮤니케이션」을 3억9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98년에는 DSP 관련 「스펙트론마이크로시스템스」, IC 설계 기술업체인 「오아식스」 등을 인수했다.

99년과 지난해는 이 회사의 M&A가 가속화된 해로 기억된다. 99년의 M&A 총액은 60억달러에 달했고 지난해 6월에는 지금까지의 M&A 가운데 최대규모인 76억달러를 투입, 아날로그 IC기술업체인 「버-브라운」을 전격 인수해 화제를 낳았다. 버-브라운은 고정밀 데이터컨버터 기술(아날로그디지털 또는 디지털아날로그변환)을 보유한 업체다.

TI가 버-브라운 인수를 단행한 것은 기술적인 면에서 이 회사의 인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DSP에 의한 디지털 처리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후 과정에서 반드시 아날로그치(値)로의 변환이 필요한데 버-브라운이 가진 고정밀 데이터컨버터 기술은 그 핵심기술이었다.

통신 및 디지털 가전기기 분야로의 진출을 노린 M&A로는 지난해 6월 잇따라 인수한 「앨란토로커뮤니케이션」과 「닷와이어리스」 등을 들 수 있다. 양사는 무선 LAN 칩세트 기술과 차세대 CDMA 무선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다.

TI는 이와 같은 M&A를 위해 총 107억5300만달러를 투입했다. 지금까지 인텔이 M&A를 위해 92억달러를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TI가 얼마나 M&A에 치중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 회사의 M&A는 인텔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A를 통해서 얻어낸 기술을 보면 인터넷 통신기술, 모뎀기술 등 네트워크기술 외에도 무선기술, 스토리지기술, 전력관리기술, 아날로그기술 등 네트워크 분야로 집약된 인텔보다도 훨씬 다양한 기술을 손에 넣고 있다.

TI의 경영전략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은 M&A를 통한 기술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이 회사는 자사 매각을 통한 필요없는 분야의 정리도 동시에 전개했다. 99년 6월 반도체 메모리사업을 메모리 전문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팔아 DSP 사업의 집중화를 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올해 TI의 경영전략은 그다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분야의 저성장이 꾸준히 경고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강화한다고 최근 밝혔다. 톰 엔지버스 CEO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올해에도 기술 도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M&A 역시 그 범위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