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간통신사업자의 올해 설비투자규모가 지난해의 11조7000여억원보다 15.8%나 감소한 9조8485억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돼 통신장비 등 관련산업의 내수위축이 우려된다.
4일 정보통신부는 기간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결과 한국통신만 3.7% 증가한 3조6000억원을 계획하고 있을 뿐 이동전화사업자나 나머지 유선계 기간통신사업자 모두 투자규모를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데이콤·파워콤·두루넷 등 7개 유선통신사업자의 투자비 총액은 지난해의 4조2200억원에서 37.7% 줄어든 2조6300억원으로 조사됐으며 이동전화사업자 역시 지난해 4조원에서 9.8% 감소한 3조62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감소원인=95년 통신시장 경쟁체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국내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 축소현상은 경기침체나 자금난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선의 경우 음성통신인 교환기 투자가 반전자교환기 대·개체에 그치고 있는데다 최근 설비투자를 주도했던 초고속인터넷사업 역시 400만회선 돌파를 기점으로 안정성장궤도에 접어들면서 과열·중복투자현상이 진정됐다.
이동전화의 경우도 음성중심의 2세대 설비투자가 대체적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대형 M&A에 따라 중복투자요인이 크게 줄었으며 2.5세대 이동통신인 MC-1x 설비투자 역시 9000억원대에 그쳤다.
◇파급효과=통신설비 투자규모 위축은 통신시장의 과열·과당경쟁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차원에서 향후 통신사업자들의 재무적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통신서비스의 설비투자가 관련 장비산업, 콘텐츠 등 연관산업에 대해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근거로 할 때 IT산업 전반이나 경제 전체에는 부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각 통신사업자 모두 포털, 전자상거래 등 e비즈 또는 m비즈 사업에 대한 투자는 대폭 늘리는 것으로 계획돼 있어 올해의 IT산업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대응=정통부는 통신사업자들의 설비위축에 따른 급격한 성장둔화를 방지하고 IT분야의 성장잠재력 확대를 위해 한국통신은 물론이고 민간사업자에 대해서도 설비투자 조기집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4150억원 늘어난 2조2000억원을 상반기중 집행하기로 했으며 특히 선로 대·개체, 광케이블·시내전송망 등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국내조달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규모의 80%를 상반기에 집행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