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업체인 인텔은 해마다 두번씩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수천명의 정보기술(IT)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인텔개발자포럼(IDF)을 개최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IDF 2001 봄」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5000여명의 IT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텔 CEO 및 CTO의 기조연설과 각종 세미나, 전시회 등이 당초 예정대로 진행됐다.
물론 IDF는 인텔과 인텔의 프로세서를 이용하는 협력업체들이 참여해 제품개발 및 사업전략을 소개하는 행사로 다분히 인텔을 알리는 「홍보의 장」 성격을 띤다.
따라서 이 행사는 일개 업체의 「자기 알리기」 행사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IDF를 현지에서 지켜본 기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이 행사를 단순히 한 회사의 「이벤트」로 무시하기보다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돼 마음이 착잡했다.
IT강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 가운데 IDF와 같은 행사를 독자적으로 치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전세계 IT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자기 회사의 비전과 사업전략을 대내외적으로 밝히고 협력업체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이같은 행사를 독자적으로 치를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아보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물론 경제규모가 다른 미국의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도 하루빨리 IDF와 같은 행사쯤은 무리없이 치러낼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길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욕심만은 아니다.
설령 IDF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는 그같은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컨벤션센터조차 변변치 못하다는 사실은 기자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물론 코엑스 등 전시회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의 전시회장 관련 인프라가 얼마나 열악한지는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IT관련 업체들이 국내에서 각종 행사와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정비하는 것도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라는 점을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산업전자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