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업계, BT 사업화 적극 추진

최근 대형 IT 대기업들이 잇따라 BT사업 진출을 발표하는 데는 IT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IT기업들의 BT분야 진출은 한마디로 가까운 미래에 대한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 포스트IT시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부각되는 것이 BT분야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BT분야는 무한한 시장성을 갖추고 있는데다 IT기술을 효율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인간의 유전자정보(게놈)가 해석돼 산업화 기틀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점도 IT업체들에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9년 9월 미국 벤처업체 셀레라제노믹스가 인간 게놈(유전자정보) 해독에 나선 지 불과 2년이 채 안된 지금, BT는 IT의 바통을 이어받아 신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산업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초대형 IT기업인 IBM은 IT전략의 일환으로 게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루이 거스너 회장은 지난해 8월 『게놈사업은 우리의 핵심 IT전략의 하나』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의 창설과 3년간 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최근에는 바이오 벤처업체들에 대한 출자를 통해 관련기술 획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컴팩컴퓨터의 경우 BT분야를 겨냥한 컴퓨터 개발에 착수하는 등 자신들의 장점을 곧바로 BT산업과 연결시켜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월 인간 게놈을 해독한 셀레라 및 국립샌디아연구소와 공동으로 단백질의 구조해석에 적합한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 또 컴팩은 초당 100조회의 연산처리가 가능한 초고속 컴퓨터를 2004년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히타치와 NEC가 BT분야 진출에서 앞서가고 있다. 히타치는 지난 99년 「라이프사이언스 추진사업부」를 발족시켰고 지난해 가을에는 아지노모토와 정부 주도 프로젝트인 「게놈 창약」에 공동 대응키로 제휴했다. NEC 역시 사내 바이오연구진과 시스템 엔지니어를 모아 「바이오 IT사업추진실」을 설치, 의약품 및 식품업체 등과의 제휴 교섭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NEC는 자사가 생산하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단백질의 기능 해석 및 창약 시뮬레이션의 사업화의 목표로 잡고 있다.

이번에 제휴를 발표한 후지쯔와 미쓰비시화학 역시 「게놈 창약」 프로젝트를 공동 전개한다. 후지쯔는 게놈 해석용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미쓰비시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게놈 신약사업에 나선다는 것이 제휴의 골자다. 앞서 진출한 히타치의 움직임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후지쯔의 BT분야 진출 발표는 BT시장의 선점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는 점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BT분야 진출을 노리는 IT업체들은 앞서 거론한 업체들만이 아니다. 통신분야 거목인 모토로라가 이미 수년전부터 BT관련 연구를 진행해오는 등 이미 많은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BT분야 진출을 모색해왔다. 따라서 수면 밑에 있던 이들이 이번 제휴를 계기로 일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은 게놈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개발분야에 집중돼 있는 IT업체들의 진출도 생체와 연결된 보조장비 분야 등으로 다양화할 전망이다.

◆美·日 BT 최근 동향

◇1999년

4월 :스위스 노발티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커 등 유럽의 제약업체 10개사가 개인별 염기배열 차이(SNP) 연구를 위해 컨소시엄 결성.

9월:미국 셀레라지노믹스, 인간 게놈 해독 개시.

10월:일본 히타치제작소, 라이프사이언스 추진사업부 발족.

◇2000년

3월 일본 다케다약품공업, 미국 셀레라로부터 데이터베이스 사용권 취득.

7월 일본 다카라주조, 유전자해석 회사를 미에현에 설립.

9월 일본내 제약 43개사, SNP 연구 컨소시엄 발족.

NEC, 바이오 IT조직 발족.

10월 일본 다이이치제약, 후지쯔 계열 바이오벤처(BV)와 게놈 창약에서 제휴.

11월 히타치제작소, 아지노모토와 생명정보공학 분야에서 제휴.

미쓰비시화학, 후지레비오 등 5사가 유전자 칩 전문 제조회사 설립.

◇2001년

2월 미국 셀레라, 인간 게놈 해독 완료.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