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eCRM

◆남영기 씨씨미디어 사장 yknam@ccmedia.co.kr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영역에 접목된 이래 전통적인 경영의 개념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영역이 고객관계관리(CRM)일 것이다. CRM이란 고객 접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특히 웹상의 고객 접점을 관리하기 위해 탄생된 eCRM은 기존의 CRM과 근본적인 방향은 같지만 집행되는 형태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개념상의 변화가 바로 실시간성(realtime)이다. 웹이 갖고 있는 특성상 고객은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지고 순간적으로 다른 사이트로 전환하는 시간도 빨라지게 됐다. 따라서 웹상에서는 고객이 사이트에 접속한 첫번째 페이지에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 또는 원할 것으로 예상된 정보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시간의 분석과 집행을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인프라와 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실시간성은 웹마케팅 집행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집행이 쉬워지고, 피드백(feedback)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대신 많은 시행착오(trial error)를 겪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생각할 수 없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즉 고객을 대상으로 가설을 정하고 이를 집행하면서 최적화된 비즈니스 룰을 찾아야 한다. 분석주기도 짧아져서 캠페인이 끝나는 것을 기다릴 필요없이 집행과 동시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돼 의사결정의 주기도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반복적으로 집행되는 룰은 자동화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지능화 기술, 즉 인공지능·퍼지이론 등 많은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아마존의 공동 필터링 기술(collaborative filtering)을 이용한 구매 싸이클(purchase cycle)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에서 책을 추천할 때 사용되던 방법으로 내 취향과 비슷한 집단의 선호도로 나의 선호도를 예측해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제공되는 추천은 자동으로 이뤄지며, 고객의 반응에 따라 최적화되는 랭킹은 항상 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웹이라는 비용 대비 효과적인 매체의 등장으로 고객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지각변동을 먼저 사용해 이득을 보는 것은 각 기업의 행보에 달린 일이다. 현재 아직 eCRM은 웹로그 데이터 분석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점차 상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대비 수익성(ROI)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웹마케팅·웹세일즈를 집행하는 방향으로 발전돼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업간(B2B) 영역에서는 거래처나 고객별로 최적화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변동가격시스템이나 재고 부족, 영업부진 등 정상적인 룰을 벗어난 거래에 대해 거래 주체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스템 등 구성상 정교하고 사업상 중요한 분야로 영역이 급속히 확대돼 가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다.

아직 웹마케팅이라는 영역은 마케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웹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생소한 분야고 전문인력도 부족한 현실이다. 그러나 1년이 3년으로 간주되는 인터넷의 속도감을 고려한다면 e비즈니스에 관심을 두는 기업들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eCRM에 대해 새로운 발상을 갖고 발빠르게 맞춰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