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0일 오후 4시 30분, 스탠퍼드대학 터만엔지니어링센터(Terman Engineering Center)강당은 통로에 발들여 놓을 틈이 없을 정도로 청중이 꽉차 있었다. 미국 대학의 금요일 오후 캠퍼스는 거의 주말에 진입한 한산한 분위기임에도 이 강당만은 매주 예외의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야후의 CEO 톰 구글의 특강이 있는 날이다. 60분간의 강의와 30분간의 질의 응답이 있고, 강의가 끝나면 강당 앞에서 다과와 함께 개인 접촉시간이 주어진다. 이 강의 과목 명칭은 「IT 리더 특강」이다. 이와 유사한 강좌가 공과대학, 경영대학, 자연대학에서도 열린다. 강사들은 유수한 업체의 임원 중에서 초청된다.
1000만평의 대지, 750개의 크고 작은 건물로 구성된 스탠퍼드의 캠퍼스 환경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1891년에 개교해 올해 110주년을 맞는 스탠퍼드대학은 작년 10월 10일 제 10대 존 헤네시 총장이 취임했다. 25분간 연설된 취임사 중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5년 임기 중 10억달러 발전기금 모금이었다. 존 헤네시 총장이 10억달러 모금을 취임사에서 공약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실리콘밸리라는 스탠퍼드를 받쳐주는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스탠퍼드대학이 있었기에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고, 실리콘밸리 덕분에 스탠퍼드가 세계적인 초일류대학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새너제이에 이르는 대규모 하이테크 단지다. 물론 그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는 있지만 주요 기업은 기존 단지내에 들어 있고, VC들은 스탠퍼드대학 인접 팰러앨토에 포진되어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최근 열을 올리고 있는 「테크노파크」나 「비즈니스파크」를 스탠퍼드대학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설치 가동시켜왔다. 테크노파크를 키운 대표적인 인물이 프레드 터만 교수다. 터만 교수가 공대학장 재임 때 하이테크 기반의 비즈니스 미래를 예측, 산학 협력으로 「스탠퍼드산업단지(Stanford Industrial Park)」를 만들어 오늘의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실크로드를 개척했다. 지금까지 스탠퍼드대학에서 창업시켜 배출한 벤처기업은 2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터만 교수는 1955년부터 10년간 부총장을 역임하면서 벤처 육성에 공헌했고 터만엔지니어링센터는 그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에 해당한다.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시스코, 야후, 선, 실리콘그래픽스, 넷스케이프 창업자 모두 스탠퍼드대학 동문들이다.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기업 CEO 및 이사 중 55%가 스탠퍼드대학 동문이다.
2000∼2001년도 스탠퍼드대학의 재학생수는 대학원 7700명, 학부 6584명으로 대학원생이 더 많다. 대학원생 중 외국인 학생은 2450명이다. 또 아시아 학생은 1392명이며 전체 대학원생의 18%에 달한다. 외국인 학부생 314명중 아시아 학생은 159명이나 되지만 전교생의 2%에 불과하다. 외국인 학생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428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이 295명으로 2위다. 또 3위는 캐나다, 4위는 인도, 일본은 6위에 그치고 있다. 두드러진 것은 공학 부문은 인도 198명, 대만 193명, 한국 188명, 중국 171명 순으로 인도와 대만이 하이테크 산업의 강세 원인을 예측하게 해준다.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1640명이다. 이들 교수가 모두 벤처기업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대, 경영대, 자연대 일부, 그리고 다른 학문분야까지 해서 약 10% 미만의 교수들이 벤처기업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에 해당하는 인문사회계 교수 중 벤처와 관련있는 교수는 드물다. 그 교수들은 벤처 단지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높은 교단에서 대학의 설립 당시 이념과 학문의 본질을 더욱 고매한 자세로 강의한다. 교수들의 벤처에 대한 관심은 곧 학생들에게 주입된다. 성공한 선배들이 교내 특강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한다. 선배들이 학창시절에 가졌던 벤처의 꿈을 얘기할 때 가장 큰 박수를 받는다. 이런 창업센터, 창업서클을 통해 직접 벤처 창업을 부추기고 지원한다. 성공한 선배들의 두툼한 지갑을 보고 후배 학생들도 조만간 백만장자가 될 꿈을 꾼다.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oh@computing.soongs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