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시대」열었다

이번 삼성 파격인사의 중심에는 이재용씨(33)가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인 재용씨는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10일 상무보로 선임, 경영전략업무를 전담하는 경영기획팀에 소속돼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는다.

△이재용은 누구인가 =삼성전자의 초임 임원이 된 삼성가의 후계자 이재용씨는 이건희 삼성회장과 부인 홍라희씨의 외아들로 아래로는 부진, 서현, 윤영씨 등 여동생 셋이 있다. 지난 98년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맏딸인 세령씨와 결혼, 지난해 12월 첫 아들을 얻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재용씨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거쳐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에 입학, e커머스(전자상거래)분야를 전공했다. 현재는 논문만을 남겨둔 상태다. 지난해에는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인터넷지주회사인 e삼성을 설립, 현재는 10개의 인터넷기업 최대주주로 있다.

세간의 최대 관심사인 재용씨의 재산은 이미 이 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의 갑부로 올라섰다는 게 재계인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론 보유상장주식의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이 회장이 재용씨보다 월등히 많다. 그러나 비상장계열사인 에버랜드의 자산평가 여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비상장계열사와 인터넷기업을 포함하면 재용씨의 재산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4조원 규모가 돼 이 회장의 재산을 능가할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씨의 사람들 =이재용씨의 경영참여로 삼성의 3세대 경영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그의 인맥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그의 인맥이 곧 차세대 주자라는 데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사장 등 이건희 회장을 보필해 지금의 삼성을 만들어낸 최고경영진들이 원로급으로 올라갈 경우 이들이 차세대 핵심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은 3세대 경영체제를 준비하면서 40대 중후반의 현장경험과 학식을 두루 갖춘 인물을 전자와 금융계열사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킨 상태로 이들이 JY로 불리는 이재용시대를 열어갈 주요 인물로 꼽힌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들은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진대제 사장(49), 황창규 대표(48), 시스템LSI 임형규 부사장(48)과 삼성투신운용 황영기 사장(49),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인 김인주 부사장(43), e삼성의 신응환 대표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진대제 사장은 그동안 전자산업 전반과 e비즈니스에 대한 깊숙한 정보를 주면서 전자업계 실력자들을 직접 소개시켜 주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 3세대 경영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구도 변화전망 =이재용씨의 경영참여에 대해 삼성측은 경영수업차원일 뿐 아직 후계구도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구조상 재용씨는 이미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사실상의 소유주이기 때문에 이번 경영참여로 3세대 경영체제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갖고 있는 에버랜드의 대주주(지분율 25.1%)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화재·삼성물산의 대주주다. 따라서 후계구도에 대한 논란 자체는 앞으로도 의미가 없다.

경영권 승계 시기와 관련해 재계는 이제 이 회장이 바통을 넘겨주는 시기가 두 부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상태라고 보고 있다. 아직 삼성 내부에서는 림프절암수술을 받은 이 회장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상황이기 때문에 너무 빠른 경영권 승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영자질은 인정받고 있으나 아직 검증이 안됐고 대그룹을 이끌기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이유다. 이 때문에 10년 정도의 실무경험을 거친 뒤 회장으로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영참여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 회장 자체가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재용씨가 경영능력만 인정받으면 5년안에도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