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인사배경과 특징

삼성이 11일 각 계열사의 「2001년도 사장단과 임원 인사내용」을 확정·발표했다. 사장단 14명과 임원 346명이 무더기로 승진하는 등 규모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진 이번 인사로 마침내 21세기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물들의 면모가 드러났다.

특히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재용(33)씨가 지난 10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상무보로 선임돼 경영에 본격 참여할 길이 열림으로써 벌써부터 삼성의 3세대 경영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삼성그룹 인사는 임원 승진 규모가 사상 최대이면서도 각 계열사와 개인별로 「성과」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그룹 구조조정본부 인사와 홍보팀 인맥들의 승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장단의 경우 지난해 총 21명에 달하는 대규모 승진인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새로운 인물의 승진 발탁보다는 대표이사들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원로 경영진들에게는 각사간의 이해조정 및 대외역활에 중점을 두도록 해 신구 경영진의 역할분담이 이뤄지도록 했다.

◇전자 계열사의 대규모 승진=삼성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346명의 임원에 대한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임원 승진 규모면에서 역대 최대다. 지난해 총 436명의 임원이 승진했지만 올해 임원직제 개편으로 이사보와 이사직위가 상무보로 통합된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총 임원승진자 수는 이사 승진자 94명을 제외한 342명. 따라서 올해의 346명이 역대 최대인 셈이다.

각 계열사별로 가장 많은 임원 승진자를 배출한 곳은 단연 삼성전자. 지난해 34조원의 매출과 6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에 따라 김재욱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무려 148명 임원에 대해 무더기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삼성전자 창사이래 최대 규모로 그룹 전체 사장단·임원 승진자 360명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또 삼성SDI가 김순택 대표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1명 규모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으며 삼성전기도 이형도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17명을 승진시켰다. 에스원도 이우희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인력팀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5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등 등 전자 계열사의 승진자를 모두 합치면 전체 승진 규모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올해 삼성 인사는 전자 계열사의 승진 잔치로 막을 내렸다

◇성과 위주의 인사 정착=삼성전자를 필두로 전자 계열사 대부분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대폭의 승진인사를 단행한 반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미진했던 회사들은 승진규모가 예년 수준이거나 다소 축소돼 삼성 그룹내 성과주의 인사가 완전히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91명에 대한 발탁인사는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방침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발탁인사란 아직 승진기한 등 일반적인 인사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성과를 따져 전격 실시하는 인사를 말한다.

이번 발탁자 91명 중에는 2단계 이상 발탁되거나 작년에 승진한 임원을 1년만에 또다시 승진시키는 등 이른바 「대발탁」에 해당하는 경우도 5명에 달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차세대 반도체인 300㎜ 대구경화 핵심공정을 개발해 2000년 그룹기술상 대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최진석 이사보의 경우 상무보를 뛰어넘어 상무로 2단계 승진해 발탁인사의 전형이 됐다.

◇구조조정본부와 홍보팀 임원의 대거 승진=이번 인사에서는 삼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의 승진이 단연 돋보였다.

구조조정본부 인사팀장인 이우희 부사장이 에스원 사장으로, 경영진단팀장인 김징완 부사장이 삼성중공업 사장으로 각각 승진해 구조조정본부를 떠났다. 또 재무팀장인 김인주 전무와 기획홍보팀장인 이순동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구조조정본부장인 이학수 사장은 부하 임원들을 승진시키는 대신 자신은 승진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 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 외에 삼성SDI 홍보팀장인 홍순직 전무가 부사장으로, 삼성전자 홍보팀장 장일형 상무가 전무로 승징하는 등 홍보팀 임원의 승진도 눈길을 끌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